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일곱 번째 주제
우리는 꿈에서라도 볼까요.
기억에 없던
많은 일들을
나는 용케도 그대로 추억해냅니다.
우리가 걷던 골목 어귀에 지내던 고양이 울음소리,
그 때의 바람내음,
그리고 매캐한 담배 냄새,
고약하게도 모두 그대로인걸요.
꿈에서는.
그렇게 꿈속에 가둔 날만을
살다가
이렇게 늦게 눈뜨고 맙니다.
고작 하룻밤 정도의
추억인 줄도 모르고.
좀 더 늦잠을 잘 걸 그랬어요.
-Ram
1.
명절때 괜히 일찍자기 아까워서 이것저것 보고 듣다가 새벽에 자서 아침에 깨고, 낮잠도 자고, 밤에도 자고, 또 새벽에 깨어있다가, 낮잠도 자고, 그렇게 몇일을 보내다가 몸이 찌뿌둥하고 이제 일 좀 열심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잠든 일요일 새벽 2시 30분. 그리고 평소 워킹데이보다 1시간 반은 늦게 일어난 월요일 아침. 그야말로 대 늦잠!
2. (사랑의) 저주
문득 생각난건데, (저주아닌 저주이지만,) 나는 네가 늦잠자고 일어나서 화들짝 놀라는 그 마음처럼, 날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화들짝 놀라게 깨달아버려서 내게 더 잘해줄 걸 후회와 미련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플러스로 앞으로 그러면 더 잘해주지 않을까? 맨날 매순간 다정다감하게!)
3.
주말에 늦잠자는 날이 점점 사라지는 계절이 오고있다.
4. (괴기한) 어제의 꿈
꿈에서 말이야.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고등학교에서 다같이 급식 비스무리한 것을 단체로 먹었어. 선생님들까지 전부. 근데 그게 독성(?)이 있는 음식이였었나봐. 갑자기 학생들과 선생님들 몸에서 막 나무뿌리 또는 두꺼운 줄기 같은 게 나기 시작하는거야. 어떤 사람은 얼굴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팔에서 나고, 어떤 사람은 몸통에서 나고. 다들 놀라고 고통스러워하는 틈을 틈타 나는 밖으로 도망쳤어.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지. 나 이런걸 먹었고, 사람들이 이상해졌다.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상한 뿌리같은게 나는거 아니냐고 막 걱정해줬어. 그러다가 잠에서 깼어. 되게 생생해서 엄청 무서웠단말이야.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어제 밤을 찐게 생각이 났어. 우리엄마가 2-3주 전에 나한테 큰 공주 알밤 열 몇 알 정도를 사주셨었거든. 그걸 내가 아일랜드바에 놓고 있다가, 어제 생각이 나서 썩기 전에 빨리 밤을 쪄 먹어야지, 하고 밤이 들어있는 봉지를 열었는데, 글쎄 말야. 나는 밤에 싹이 난 걸 처음봤어. 정말 너무 괴기했어. 진짜 소름끼치도록 이상했어. 몇 알은 싹이 났길래 인터넷에 찾아보니 밤은 싹이 난 부분만 제거하고 먹어도 된다고 써있더라. 그래서 싹을 과도로 다 잘라버렸지. 그 큰 공주 알밤에 싹이 나 버리니 정말 징그럽기 짝이 없었어. 그게 내겐 무의식 중에도 너무 충격적이였나봐. 그래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
5.
하루는 정말 원없이 자본 적이 있는데,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럽고, 온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아서 엄청난 늦잠은 딱히 좋지 않구나, 라고 느꼈지.
-Hee
혼자일때나 함께일때나
오후에 대한 걱정없이
오전의 늦잠을 누리는 것.
내 삶의 중심이 어제나 내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행복에 있는 것. 그건 게으르거나 하루만 바라보고 사는것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일주일마다 한번씩 찾아오는 쉼표.
더 멀리가기 위한 소중한 리듬감.
-Cheol
1.
밤사이 침대 위로 드리워지는 눅진한 그림자의 실체가 궁금하다. 아침마다 두텁께 쌓인 그림자를 헤치고 두 발로 바닥을 딛기까지 이십분도 넘는 시간이 걸린다. 숙취가 가시지 않았던 어떤 주말에는 거의 하루에 가까운 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다. 공기처럼 나를 감싸는 우울과 비슷하면서도 몸을 일으켜 세우기 힘든 무게감과 온도가 분명히 느껴지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순히 잠자리가 안락하고 포근했기 때문이라 말하기도, 내 태도와 의지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 만큼이나 생생한 느낌. 어디서부터 생겨나서 어떻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지. 누워있기에는 세상 알맞으면서 어떻게 일어나려고 할 때만 버거울 수 있는지.
2.
우리 집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가도 분명히 예측할 수 있는 모습들이 몇 있다. 밤 시간에 꾹꾹이를 하면 곧 잠에 든다는 것.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면 자다가도 번쩍 깨서 간식이 든 서랍장 위로 올라간다는 것. 그리고 턱을 만져주면 그르릉 거리며 머리를 부비는 것. 그런 모습들은 귀여움 폭발하는 포인트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단 하나 나를 미치게 했던 모습이 있다. 매일같이 아침 5시가 되면 나를 깨운다는 것. 고양이의 모닝콜은 끌 수 없는 알람이랑 다를 게 없다. 무조건적으로 반복되니까. 이유를 알아보고 싶어서 새벽에 밥과 간식을 주고, 물을 교환해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장난감으로 놀아준 다음 침대에 다시 누워봐도 알람은 꺼지지 않는다. 새벽까지 놀아주면 지도 지쳐서 자겠지 싶어서 헥헥거릴 때까지 놀아준 다음 잠에 든 주말 아침에도 고양이 모닝콜은 울렸다. 그래도 이제는 같이 산지 꽤 됐다고 무시하고 잘 수 있게 됐지만 귀 바로 옆에서 울어대면 잠에서 안 깰 수도 없고… 대체 어떡해야 좋을까.
-Ho
2019년 2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