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코"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여덟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인생은 알 수가 없어(핫초코)

- 좋아서 하는 밴드


2.


우리의 시간은 꽤 애달픈가 봅니다.


제가 혹은 당신이

우리의 물리적 거리를 넘어올 때면


나는 그대로 당신앞에

흐트러질 수 밖에 없는 걸요.


간만에 불러내어도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에도

그리곤 괜히

핫초코를 시키는 모습에도


나는 곧잘 마음이 무너지고야 맙니다.


언제쯤 우리가

아무렇지 않은 사이가 될 수 있을까요.


3.


추억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겨울도 봄도 아닌

어스름한 날이


나는 참 아프고 또 쓰립니다.


당신과 지냈던 가장 아팠던 달입니다.


해가 지나도

여전히 내가 그대로여서

미안한 날입니다.



-Ram


1.

4년전인가. 5년전인가.

그때 홍대에 있는 카카오봄이라는 카페에 다녀온 이후,

다른 카페에서 핫초코를 잘 시키지 않게 되었다.

거기서 먹었던 핫초코가 정말 너무 진하고 맛있어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다른 카페에서 핫초코를 시키면 너무 밍밍하고, 맹맹하고, 싱겁기만 했다.

카카오봄을 갔던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다행히 누구와 갔는지 이 글을 쓰면서 기억은 났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였다는 것도 기억이 났다.

그래, 그거면 됐지.

이미 겨울이 다 갔네.

한 겨울에 마시는 핫초코가 정말 최곤데.

꽃샘추위가 만약 온다면 그곳에 가리.


2.

'네가 먹고싶은거 두 개 시켜.'

좋은 카페에 가면 항상 듣는 말.

내게 커피메뉴 선택권을 모두 넘겨주는 그 사람이 귀엽다.

그 말을 들으면 뭔가 다 가진 느낌이 난다.

하지만 다시 살짝 나는 그 사람에게 선택권을 들이민다.

물론 선택옵션은 두 개 정도 주면서.



-Hee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분주하게 나설 준비를 하다 창문을 드르륵 열었다. 선선한 공기. 차가운 겨울 바람이 휙하고 들어와야하건만 이상하게도 선선한 공기였다.


"어?"


나도 모르게 단말마를 내뱉고는 창문을 활짝 열어 휘이 손을 뻗어본다. 선선하다. 느닷없이 물러간 겨울.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는데.. 이런 나를 생각도 안하고 휙하니 떠나버린 그이 같았다. 섭섭했고 서운했다. 춥기만했던 한겨울에는 그렇게 투정부리고 뿔뿔 거렸는데.. 막상 사라지니 서운했다. 어쩜 이리 못난것도 똑같을까?


겨울 같았던 사람. 추운 겨울 내 따듯하고 달콤했던 사람. 언제나 곁에 머물것만 같았던 그이가 뭇내 미워졌다. 떠나버린 그 빈자리를 채운 선선한 바람은 잘못도 없을진대 못마땅했다.


"핫초코 한 잔 주세요"


집 앞 카페에 들러 날씨에 맞지 않는 주문을 하면서 뒤늦게 그이를 찾는 그였다.



-Cheol


1. 케이크를 처음 만들어보는 사람은 그 안에 들어가는 버터와 설탕의 양에 새삼 놀랄지도 몰라요. 단 맛이 많이 나면 설탕이 많이 들어있을 거란 사실을 딱히 몰랐던 것이 아닐 테지만 자그마한 케이크 하나에 들어가는 설탕의 계량된 양이 시각적으로 얼마큼인지 보고 나면 케이크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나는 그 거부감이 조금 심해서 꼭 케이크가 아니더라도 단 맛이 나는 것이라면 다 싫어하지만 그래도 케이크를 만드는 일만큼은 좋아해요. 재미있거든요.


2.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마셔서 더 좋은 맛을 만들어내는 짝이 되는 음료나 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핫초코는 아니다. 내 취향과는 관계없이 핫초코와 같이 먹어서 더 좋은 음식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는 것 같다.



-Ho


2019년 2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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