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예순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그립고 보고픈 마음이

이렇게나 애달픈 마음일 줄

알고나 시작했겠어요.


자꾸만 마음 언저리가

저리고 아프고

콕콕 눌리는 기분이 들어서

아프면서도 설레고

또 좋으면서도 슬퍼요.


어쩌다 한 번 마주치려

몇 번을 뱅글뱅글

당신 주변을 맴돌았는지.


혼자만 하는

다른 일들은 정말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하루 같은 걸요.


나는 당신이 뒤늦게 걸어온

전화 한 통에도

호흡을 세 번은 곱씹고 받는 걸요


일주일 중에

단 몇 분을 제외하면

따분한 기다림의 날인 것을,


당신은 알지도 못하면서요.


그래도 나는 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이토록 가여운 날을 지새고 또 지냅니다.



-Ram


1.

무미건조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에 대해 아주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실 내 성격은 중간이 없고, 좋으면 한 없이 좋아하고, 싫으면 그냥 싫어하는데,

이제는 나와 전혀 다른 방향인 사람들과는 그냥 무덤덤하게 지내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려웠다.


2.

너와는 절대 무미건조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따뜻하고, 마음이 일렁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는 내게 매우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사람이다.

혹시나 이건 네가 봤을까,

혹시나 네가 나를 잊을까,

혹시나 네게 나는 없을까,

매일 혹시나하며 의심해본다.

이게 너의 이야기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겠지.

네가 가끔 매우 보고싶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어쩌다 너의 나이대인 사람을 보면,

네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3.

내 인생을 무미건조하게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세먼지는 내 힘으로 어떻게 안되나보다.

진짜 미워.

원망스럽다!



-Hee


손가락 끝도 까닥하고 움직여지질 않았다. ‘내일 해야지’ 하고 마음먹은지도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크게 어려워하는 일도 아니었고, 하지 못할만큼의 분량도 아니었다. 하지만 한글자도 쓸 수 없었다. 글 뿐만이 아니었다. 항상 부산히 정리하던 주변도 생기를 잃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


가끔씩 멍하고, 이따금 건망증이 괴롭히고, 무엇이 아쉬운지 잠도 잘 못잤다. 무미건조한 악순환의 반복. 사춘기도 지났으면서 별꼴이람 싶었다. 그토록 두려워하는 불안증, 우울증을 뒤집어 쓴 것만 같았다. 문제는 그 것들을 뒤집어 쓰고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지독했다.


답답했다.



-Cheol


생일이라고 선물 받은 케이크를 퇴근길에 들린 베이커리에서 받아와 홀로 초를 켜고 끄면서 잠시나마 메마른 불안을 덜어내는 일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요.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었던 사랑인데, 마지못한 사랑이라도 나에게 스스로 해주기를 바라는 일은 몰염치가 아니라 할 수 있나요. 이유 없이 살아가는 삶에 어떤 의미라도 있긴 할까요. 사실은 겁이 납니다. 믿어왔던 것들은 죄다 어긋나고, 살아가는 방법도 이제는 모르겠는데 살아야 할 날은 여전히 아득하군요. 아무리 애써봐도 옹색한 생각들은 먹다 남긴 케이크보다 더 딱딱해지고 케이크의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 채 생일을 축하한다던 점원의 말은 어떤 다짐처럼, 밤처럼 길고 커다래집니다.



-Ho


2019년 3월 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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