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두 번째 주제
"아까 그냥 오므라이스에
돈까스 소스 말고 케찹을 뿌릴 걸 그랬나봐,
아무래도 그렇지?"
"넌 아직도 그 얘기냐."
"응, 여전히 아쉬우니까."
-
그냥 나는 그렇게 지나간 것들에
아쉬운 게 많아.
그 때에 우리가 좀 더
눈 오는 시간을 즐겼더라면,
그 때의 우리를 더 많이
안아주었더라면,
그런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마음에 조바심이 나는 걸.
그렇다고 해서 네가 싫은 것이 아니야.
난 어제의 우리도 사랑하고
지금의 너도 멋지다고 생각해.
너와 내가 존재했던,
존재하는 모든 시간을 좋아해서 그런가봐.
-
"그것 봐, 역시 케찹이 맞았다니까."
-Ram
1.
핫도그 먹을때 절대 그냥 못먹겠다.
사실 그렇다고 많은 양의 케첩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난 케첩 한 줄이면 끝인데, 어느 누구는 진짜 핫도그 위에 케첩을 있는대로 세 줄이고, 네 줄이고, 케첩이 흘러 넘치 정도로 마구마구 뿌려먹더라.
하루는 어느 누구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케첩을 많이 뿌려먹냐고.
그랬더니 어느 누구는, "내가 먹는건 밥 한 숟갈 가득 먹는 느낌이고, 네가 먹는건 쌀 세 톨만 먹는 느낌이야. 그럴 정도로 맛이 안나."라고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입이 짧고 작긴 하지만, 그 정도인가?
그래서 나도 하루는 그 어느 누구를 따라서 케첩을 있는대로 잔뜩 뿌려서 핫도그를 먹어보았다.
윽.
케첩 맛이 너무 강해서 혀가 아릴 정도였다. 빵 맛은 전혀 안나고, 시큼시큼한 케첩만 잔뜩 입 안에 뿌린 느낌이였다.
역시 사람은 살던 대로 살아야하나.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다.
핫도그 위에 올려진 케첩도, 돈까스에 찍어먹는 소스도, 밥 위에 올려먹는 김치의 크기도, 만두에 찍어먹는 간장도, 삶은 계란에 찍어먹는 소금도, 너와 나의 간격도.
2.
요즘 달수빈에 빠져있다.
달샤벳이라는 아이돌을 했다가, 솔로로 다시 나온 달수빈.
달샤벳으로 활동할때는 그냥저냥 예쁘장한 아이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솔로로 나오면서 작사작곡도 혼자 다 하고, 목소리도, 노래도 정말 다 좋아서 계속 들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 주 일요일 오전, 마라톤을 신나게 뛰고 오후내내 집에서 미동도 안하고 거실쇼파에 누워 TV를 봤는데,
그때 처음 Katchup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다. 무대도 너무 특이했고, 노래도 그렇고, 모든게 충격이여서 계속 그 노래를 들었고, 유튜브에서 '동그라미의 꿈'이라는 노래를 듣고 가사에 또 충격을 받아서 계속 듣고 있다.
사실 난 좋은 노래가 생기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편인데,
이 노래는 모든 사람이 다 별로라고 해서 조금은 속상했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들어야지!
-Hee
1.
모니터에 있는 커서가 한동안 제자리에서 깜밖인다. 케첩이라니.. 도무지 쓸 게 없잖아? 표기는 왜 또 케찹이 아니고 케첩인지.. 컨텐츠를 '콘텐츠'라고 표기하듯 케찹도 '케첩'이라고 표기하는게 외래어 표기법이라고는 하는데 휴.. 쓸 내용이 없으니 별 것 아닌것으로 딴지를 건다.
2.
케첩과 관련해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내가 알고 있던 케첩은 토마토케첩이었고 그냥 케첩은 따로 있다는게 신기하다. 뭐 유래가 어찌되었든 케첩하면 토마토 케첩이긴 한거지만 우리나라의 추어탕처럼 지역마다 내는 맛이 다른 것과 비슷한걸까? 머쉬룸 케첩인가? 그것을 조심해야겠다.
3.
케찹만큼 간편한게 또 어디있을까? 각종 햄을 찍어먹기에도 안성맞춤인데, 감자튀김과의 조화는 말할것도 없고 오므라이스, 스크램블 에그, 계란프라이를 찍어먹기에도 딱이다. 어렸을때는 새우깡이나 포테이토 스틱 같은 과자를 찍어먹는데에 환장하고는 했었는데 나는 언제부터 이런것들에 손이 안가기 시작한걸까? 아무래도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서는 케첩 한 통을 다 비우는게 부담되어서 그랬던걸까..
-Cheol
형수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나는 그저 의아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그보다 내 생일은 어떻게 알았고 왜 챙기려는지. 가족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찾아왔다. 고맙다는 말은 제대로 하지 못했고, 챙겨야 할 생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아 조금 심란해졌다. 아직은 남 같은 가족. 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가족과 어떻게 하면 조금 덜 불편해질 수 있을까.
수원에 올라간 김에 저녁을 같이 먹을 겸 집에서 자고 간다니까 형수가 대청소를 했다. 아니 남도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나라고 안 그랬을까 싶어 그냥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술을 조금 마시고 다음날 모두 출근하고 혼자 남은 월요일 아침 식탁 위에 차려진 부추전과 콩나물국, 달걀 프라이. 한쪽엔 케첩과 초고추장이 참 우리 가족 입맛이다. 가족은 가족이구나. 한쪽에선 꾸준히 벽을 허물려 애쓰고 있었다 생각하니 미안해서 나는 또 얼마큼 더 잘해야 하는 걸까, 조금 다른 의미로 또 심란하다.
-Ho
2019년 3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