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한 번째 주제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마음이 드는 것은
퍽 나쁘지 않은 핑계이자
좋은 변명이다.
자꾸자꾸 새어버리는
수많은 감정들이,
좋은 것 나쁜 것 할 것 없이
그냥 자꾸 흘러서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다.
요즘이 그렇다.
거짓말이라고 넘겨버리던
광고를 붙잡고 결제를 누르는 것도
자주 입는 하늘색 블라우스를
카라 모양별로 자꾸 사버리는 것도
엊그제 사두었던
향수를 개봉하기도 전에
또 다른 향수를 고르는 것도
자꾸만 뭔가 공허해서
사라지는 것만 같아서 그렇다.
이대로 '나'라는 사람이
'나'로 존재하지 못하고
그냥 어느 회사의 사원이거나
어느 동네의 주민이거나
그런 껍데기로만 남게 될까봐
자꾸만 뭘 채우고 싶은 감정이 든다.
-Ram
1.
친구들을 만날 때나, 예쁜 구두를 봤을 때의 3만원, 5만원, 10만원과,
부모님께 드리는 3만원, 5만원, 10만원은 왜 이렇게 무게가 다른가.
2.
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개발이나 공부를 한다거나, 읽고 싶다고 하는 책이 있다면 아낌없이 꼭, 사줄꺼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독서시간을 꼭 마련해서 나란히 앉아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여줘야지. (마음처럼 될까)
3.
러닝시계를 강력하게 사야하나, 말아야하나.
알쏭달쏭하네.
4.
이런 기분을 느낀지는 꽤 오래 전부터인데,
예쁜 블라우스나, 비싼 자켓이나, 사고싶었던 가방보다
나이키에서 운동복을 사는 내 모습이 너무 어른같아서 이상하다.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코트보다 비싼 것도 아니고, 블라우스보다 화려한 것도 아닌데.
뭔가 어색해. 아직도.
이제 뭔가 할 거 다 하고 사는 느낌이 들어서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Hee
살다보면, ‘내가 왜 살고있을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면, ‘나는 왜 존재할까?’
문득 이런 엉뚱한 질문들을 던져보게 되고, 쉽고 명쾌하게 대답할만큼 쉬운 질문이 아니라 금새 뚱해지고는 한다.
공부는 왜 할까?
학교는 왜 갈까?
일은 왜 할까?
돈은 왜 벌까?
돈은 왜 쓸까?
일단 먹고 입고 자고 교육받고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더 좋은걸로 많이 소비하기 위해서 바쁘게 살다 보면 사실 저런 질문은 생각할것도 없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절대적으로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단순히 남들보다 더 많이 먹고 입고 자고 교육받고 물려주는것만이 우리 삶의 답은 또 아니다.
나답게 살기 위해 나답게 소비하는 습관.
그 시간들을 모으고 모아 더 이쁘게 살아보자.
그렇게 내 삶의 시간들을 예쁘게 채워보자.
-Cheol
행복은 더하는 것인가 덜어내는 것인가.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들은 나를 갉아먹으며 순간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는 있었지만 지금 텅 비어버린 나는 행복에 영영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것 같다. 갈망할수록 점점 더 피폐해지는 것은 행복의 속성인가. 소비한 만큼을 환원 받을 수 있다는 정직한 생각으로 나 하나 정도를 소모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애초부터 아니었을까. 행복은 순전히 자기만족일 뿐이라던 말을 순진하게 믿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몸을 내던져 곤죽이 되었어야 했는데. 일단락된 행복의 찌꺼기를 뒤로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우선은 아무것도 사라져 없어지지 않는 일들에 집중하고 싶다. 잡히지 않는 두서를 골똘히 생각하는 일, 숨을 느긋하게 쉬는 일. 해가 질 때까지 거리를 배회하는 일. 조금도 무엇도 바라지 않는 일.
-Ho
2019년 3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