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세 번째 주제
초록색은 조금 부담스러운 것 같아.
괜히 그런 느낌이야.
파란 하늘이 없은
끝없는 초록풍경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이건 그냥 내가
초록빛에 길들여지지 못해서
그런가봐.
길거리에 나뒹구는
싱그러운 풀때기도
아직은 어색해서 그래.
네가 초록색을 좋아했던
그런 사실이 기억나서는 아니고
그냥 푸릇한 느낌이 너를 닮아,
그게 묘하고
순수하게 느껴져서 그래.
나를 무던히도 아껴주던 사람,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던
꼿꼿한 너를 닮은 빛깔이
나에겐 너무 벅차서.
초록색은 조금 어려워.
-Ram
1.
나의 눈이 사랑하는 초록의 계절이 온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초록빛의 나뭇잎들과 새파란 하늘이 만나는 장면을 좋아한다.
햇살을 받아 살짝 투명해진 나뭇잎과 그렇지 않은 진한색 나뭇잎들이 어우러져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을 좋아한다.
괜시리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쨍한 색 구두를 신고 집을 나서고 싶은 초록의 계절.
2.
봄을 맞이해서(는 사실 핑계고) 안하던 것을 해보고 싶어서,
굳이 가까이하지 않았던 샛노란색 아이폰케이스를 사서 끼웠다.
이런 쨍한 노란색케이스는 처음이라 2주일이 지난 지금도 낯설다.
3.
초록색하면 떠오르는게 또 있다.
작년에 유튜브에서 처음 보았던,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행복하게 노래부르던 백예린.
4.
생화보다 예쁜 조화는 없다.
주말에 모던하우스에 가서 조화 코너를 보고 또 보다가,
결국 빈 손으로 돌아왔다는 소리.
-Hee
파란 하늘에 초록색 나뭇잎들이 무성했다. 나란히 걷던 그 순간이 참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 행복이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가 않았다.
행복과 기쁨이 충만했던 순간 순간들이 시간이란 냇물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내 기억에서 사라지는것 같았다. 나에게 남은 기억의 한점이라도 더 부여잡고 싶었다. 떠내려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너에게 받은 소중한 행복을 하나라도 더 간직하고 싶었다. 다른 시간대의 나와 너에게도 그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글을 써야만 했다.
-Cheol
1.
꽃잎들이 싱싱한 색으로 생명을 다해갈 때에도 초록은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늠름한 초록이다. 이끼의 눅눅한 녹색과 해 비친 나무의 발간 연둣빛 그라데이션 모두 욕심 없이 제자리에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창밖엔 초록이 늘 있다. 열대 우림 같은 울창함은 없어도 곁에서 늘 필요한 만큼의 안정을 주는 초록이 나는 필요했고 공원 옆의 집을 고집하는 이유 역시도 초록.
2.
비가 오는 날 초록이 조금씩 더 짙어질 때 나도 덩달아 그 싱싱함에 동화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비가 내리치던 울릉도의 원시림에서, 텐트 폴이 부러질 만큼 매서운 비바람이 불었던 통영의 섬에서, 비옷을 입고 모터사이클을 탄 채 한참을 달려 도착했던 랑비앙에서도. 나뭇잎마저도 숨을 거칠게 내쉬는 듯한 거대한 생명의 가운데 내가 있을 때, 몸이 휘청이는 비바람 속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낄 때가 있다.
-Ho
2019년 3월 3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