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네 번째 주제
일요일 늦은 아침,
해가 너무 중천에 올라서
볕이 살랑살랑 눈가에 일렁일 때
사그락하는
투박한 손이 이마를 쓸어넘긴다.
아직 꿈인듯,
아닌듯 모호한 경계 속에서
당신의 손길은 현실에 남아
꿈길을 걷는 나를 잡아당겼다.
눈 뜨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달콤한 낮.
잠들지 않아도
이 손길을 욕심내고파서
아직은 깨기가 싫은걸요.
오래도록
이 따스한 날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꿈에선가 얘기했다구요.
-Ram
1.
그런 기분 알려나,
주말 후 다음 월요일에 회사를 가면 자잘한 업무부터 중요한 업무까지 나에게 모두 쏠릴 것이라는 걸 아는 기분.
억울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지만 도무지 막을 수 없어 결국 내가 다 해야 하는 그런 기분.
그럴 땐 주말에 늦잠을 잘 수도 없고, (잠이 안오기 때문이지) 이렇게 머릿 속이 복잡하면 대게 주말 오전에 선잠을 자는데, 머릿 속에서 예상하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선잠을 든 나의 꿈에 개꿈으로 나타난다.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고, 기분만 괴상한거지.
이게 지난 주 바로 내 모습이다. 이럴 땐 주말이 빨리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누군가 들으면 소중한 주말을? 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너무나 답답한 주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으로 행복한 주말을 보내려면 내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한다. 차라리 빨리 월요일 아침에 눈을 번쩍 떠서 눈을 부릅뜨고 전투모드로 회사에 출근해서, 막을 건 최대한 막고, 처리할 건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 이게 나의 마음이다.
2.
주말 오전에 참으로 답답하고 잔 것 같지 않고, 개운하지 않은 선잠을 잘 바에야 그냥 이불을 세게 차고 일어나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이 있다. 책을 읽던지, 공부를 하던지, 운동을 하던지, 글을 쓰던지, 책을 사던지, 몇 달 전에 구매한 비행기 티켓을 떠올리며 여행준비를 하던지. 뭐 그런것들 있잖아.
-Hee
1.
조용한 작업 공간. 책상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너의 모습. 사뿐이 외투를 둘러주고 좀 더 작업에 속도를 낸다.
"깼어?"
눈빛이 마주치자 환해지는 우리 모습.
2.
침대에 누워 한동안 뒤척이던 그는 마음속에 쌓인 걱정에 쉬이 잠들지 못했다. 결국은 또 무의식중에 자리에 앉아 고개숙인 채 자고말았다.
"또야?"
눈빛이 마주치자 머쓱하게 웃어보이는 그였다.
-Cheol
외부로부터 끝없는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 모습을 남들이 알아차리는 것이 두려운 사람과는 되도록 가까워지지 않을 것이다. 관계의 허상에 사로잡힌 사람이 바라는 따뜻한 행복에 동조하는 위선자가 되지 않으려 애쓸 것이다. 덜 고생하면 선잠에 든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은근한 애정이 그를 선잠에 가두고 있다는 생각에 애처로웠지만 내가 슬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뒤척이고 앓으면서도 잠에서 깨지 않으려는 이의 밤을 지켜줘야 할 이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이미 내 안에는 조금도 없다.
-Ho
2019년 4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