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여든 한 번째 주제
1.
지금 딱 지금.
완벽하게 행복한 타이밍이야.
살랑한 바람,
말도 안되는 거짓말같은 음악,
그리고 당신.
잔디밭에 누워서 꿈을 꾸는
것이
내가 맞는 건지
내가 이토록 한없는
행복을 누려도 되는지
행복해서 불안한 지금이야.
2.
매일이 그래,
너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콩닥대.
혹시 네가 내 주변을 서성이진 않을까.
내 잔상을 따라오진 않을까
불안하고 아픈 기억을
자꾸만 내뿜어.
나는 나름대로
즐겁게 살고있어.
뜨겁진 않아도
따스한 사람과
가슴이 뛰진 않아도
언제나 맘이 가는 사람과
그렇게.
-Ram
1.
발 아래로 개미들이 바삐 움직이는 나의 지금.
멍하게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는 나의 지금.
커다란 상추쌈을 입에 가득 우적우적 씹으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진미채를 집어먹는 나의 지금.
늦은 밤, 밥솥에 남은 밥을 그릇에 따로 덜어두려도 주걱으로 펐는데,
그 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그냥 그대로 계란간장밥을 만들어먹는 나의 지금.
2.
난 지금이 소중한지 몰랐지.
시간만 지나길 바라고 있었지.
그때가 반짝이는 줄도 몰랐고,
그 시간이 예쁜 지도 몰랐지.
미련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바뀔 줄 알았지.
지금을 간과하게 되면 변화도 없지.
3.
나와 한 친구의 카톡방 공지사항에는 (심지어 서로 1년 넘게 없애지도 않았다)
'오늘이 우리의 생 중 가장 젊은날~'이라고 되어 있다.
-Hee
평범한 감정, 똑같은 생각이더라도
더 소중히 대해보려 서툰 마음을 언제나 다잡았다
더 귀한 감정
그리고 더 귀한 생각
지금도
앞으로도
항상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귀하게
-Cheol
매일 퇴근하면 학교에 가야 했으니까 주말에는 반드시 집을 나섰다. 나가서 걷고 돌아오면 크고 작은 회의감이 한낮의 그림자처럼 바로 가까이 따라왔지만 학교를 다니는 생활은 그런 주말이라도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어떤 책 제목처럼 지금 여기서 당장에 행복해질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했다. 정확히는 행복같이 뜬구름 잡는 말보다 마음이 어디에도 쫓기지 않는 일, 아무것도 소비되어 사라지지 않는 일을 했다. 결이 다른 초록을 찾아 걷고, 해가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다 잠드는 일들. 스스로가 너무나 사소해져 버리는 일들. 그런 일들을 지금은 못하게 됐다. 무릎이 안 좋아져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의사에게 오래 걷는 일을 못할 거라는 진단을 받아버렸다.
어깨를 다치고 나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운동을 못 하게 됐을 때는 사랑이 한차례 끝나고 난 직후의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었다. 절망감이 일상의 틈까지 깊게 스며들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몰랐지만 더 이상 노력할 게 없는 사람의 홀가분함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일상을 살게 했다. 나는 이번에도 전과 다를 게 없다고 믿고 싶다. 지나간 사랑보다 더 깊고 어두운 절망이 지금은 넘쳐흐르지만 이내 전처럼 돌아갈 거라고. 어깨를 사용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곳들을 앞으로는 갈 수 없게 될 테니 엄밀히 말해 절대로 이전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아주 조금을 포기하고 훨씬 더 많은 선택지를 얻었으니까.
-Ho
2019년 5월 2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