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여든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오늘도 여전히 입니다.

원치 않는 자리는


여전히 미루고 싶지만


그래도 저는

늘 가고픈 사람이 되어야지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2.

그래도 이건 내 마음이에요.


내가 많이 그리워 했다고,

당신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느꼈다고.


없는 자리마다

조용히 읊조리며 지나는 길.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나만의 숨겨둔 감정이에요.


잔뜩 왁자지껄한 자리면

더욱 당신의 잔소리가 그리워요.



-Ram


내가 신입사원때 말이야.

나 말고, 동기가 2명이 있었어.

둘 중에 1명이 되게 붙임성도 좋고, 말 걸기 편한 그런 애라서,

덕분에 같이 우스갯소리도 하며 잘 지냈지.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신입사원 입사회식을 하겠다고 하는거야.

다들 술을 엄청 먹일거라며 으름장을 놓길래,

속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겉으로는 그냥 웃었지.

그리고 그 회식날이 되었어.

술을 많이 마실 걸 알기에, 나는 근처에 친구네 집에가서 자려고

내일 입을 옷들을 미리 챙겨왔었어.

근데 그 동기 한 명이 나보고 이 옷은 뭐냐고 물어보는거야.

정확히는 쇼핑백을 보고.

그래서, 내가 오늘 늦게 끝날 줄 알고, 근처 친구네서 자려고 한다. 라고 말했지.

근데 있잖아.

얘가 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회식자리에서,

나를 가르키며,

'얘는 오늘 술 많이 마시려고, 내일 옷도 싸들고왔다'라고 해버린거야.

그때 처음 느꼈어.

아, 이런 애가 세상에 있구나.

남을 이용해서, 자기가 어떻게든 분위기 띄우려고 주변에 누가 있든 말든 그냥 말을 나오는대로 하는구나.

어떻게 내가 바로 앞에 있는 데서 저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가 있지.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였나. 물론 내일 입을 옷을 들고 온 게 별건 아닌데,

그따위로 말하는 걜 보니 그냥 짜증이 확 났어.

그 자리에서 난 걔한테 질려버렸어.

그 뒤에도 크고 작은 일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걔도 나도, 아직 그 회사를 다니는데, 서로 아는 체도 안해.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지.

걘 회사에서 빅마우스라고 불려. 걔한테 무슨 이야기가 들어가면 전체 회사사람들이 다 알게되서.

그래도 걘 아직도 그냥 그러고 다니더라.

별로 개의치 않나봐.

그냥 입으로 망했으면 좋겠어. 걔는.



-Hee


마음속에 담아둔 것이 무엇이냐고 묻지 않았다.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도 묻지 않았다.


그저


잔을 따라주고

잔을 받고


그렇게 어제와 같이 곁에 머물 뿐이었다.



-Cheol


1.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나서 남은 술과 음식을 들고, 이곳에서 한 다리 건너 알게 된 사람들의 텐트로 찾아갔다. 트레킹 중에 술은 꽤 귀한 취급을 받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더 큰 환영을 받았고 다들 초면인데도 이미 알던 사람처럼 재밌게 놀고 다음 날의 일정도 당연하다는 듯 같이 보냈다. 이런 일은 평소라면 역시 하지 않았을 법한 일인데 아마도 야영지의 분위기에 자연스레 이끌린 게 아닐까 싶었다. 비 맞으며 종일 걷고 차가운 산 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누구 하나 신나 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오로지 즐겁자고 모인 자리였기 때문에, 누구 하나도 어떤 목적없이 모인 자리는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2.

회사 사람들이 술김에 하는 말들은 어째 죄다 하지 않았을 때 더 좋은 말인 것 같아서 사무실이 바뀌고 나서부터 나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이곳에서 나는 소주 한두 잔이면 쓰러지는 사람이라 이런저런 술자리에 불려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다. 또 어지간한 회식 자리에는 참석도 하지 않지만 눈치를 덜 받아서 좋다. 전보다 조금 더 건강해지는 듯한 느낌. 술은 역시 내킬 때 먹어야 좋은 법이고 술취한 사람의 헛소리는 덜 들을수록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걸 느낀다.



-Ho


2019년 5월 1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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