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아홉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1.

집 나간 후에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너를 늘 기다리는게


사람들은 바보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늘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걸.


2.

겨울이 오면

품안에 꼭 현금 조금.


겨울 냄새나는

붕어빵,

타코야끼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거든!


3.

얼마 전,


아부지한테

엄마 몰래 용돈을 조금

보내드리려고 했어.


멀리있으니 현금드리기는

어려워서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카드도, 계좌도 없으시다고 한거야.


우리 아부지,

그래도 포기는 없으신 분이라


친구분 계좌를 몰래

보내주셨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빵, 웃고 말았어.


나 학생때

빵 사먹으라고 주던 돈은

어디서 나서 준거야,


귀여운 아부지.



-Ram


1.

카드를 꺼내려고 지갑을 열었는데 지갑에 3만원이 있었다.

누군가가 날 위해 넣어둔 3만원이였다.

그때 그 3만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3만원이라는 가치보다 그것을 넣어둔 마음이 그땐 뭔가 어른스러워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행동은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2.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현금을 더더욱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친구 아무개는 타코야끼를 사먹기 위해 만원씩 가지고 다닌다고 했지만.

요즘 구두방도 갈 일이 없고, 카카오톡으로 돈도 주고 받는 마당에.

하지만 얼마전 주말에 구디역을 경유해서 집에 왔는데, 그 앞에 옥수수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그래서 2개에 2천원을 주고 샀는데, 냄새부터 향긋하게 코 끝을 찌르는 바람에

집에 다 가기 전부터 걸어가는 길에 옥수수 하나를 우적우적 뜯어먹었다.

마침 허기가 져서 그런지, 진짜 맛있었다. 이제 다시 현금을 가지고 다닐 이유가 생겼다!


3.

SNS에서 어버이날 이벤트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휴지 1장에다가 그 밑에 줄줄이 사탕으로 천원짜리, 만원짜리를 잔뜩 붙여놓고,

크리넥스 휴지곽에 돌돌 잘 넣어준 뒤에,

아버지한테 휴지 좀 하나 뽑아달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하는 딸.

아버지는 아무 생각없이 본인 앞에 있는 휴지 1장을 슉 뽑았는데,

그 밑에 현금이 줄줄이 나와서 뽑기 바쁜 영상.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나도 나중에 저 이벤트를 꼭 해봐야겠다.

지금까지 본 현금이벤트 중에 가장 웃기고 재밌더라.



-Hee


출처를 묻지 않는 돈. 현금. 현금 다발을 쥐어주는 것만 바라는 그 속내만큼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아무리 이런사람 저런사람 다 모여 살아가는 사회라지만 윤리나 도의같은 건 팽개치고 이익만 쫓는 세상살이가 애처로웠다. 이미 많은 것들을 가졌음에도 눈앞의 허영과 이익에 끝없는 갈증을 느끼는 아귀같은 삶이 쓸쓸해 보였다.


외로운 삶.


돈보다 사람이 귀하다는 간단한 이치를 깨닫는게 어찌 이리도 어려울까 싶었다.



-Cheol


1.


내가 선물해준 옷이나 구두를 부모님은 사용하지 않는다. 큰 마음먹고 산 구두와 벨트가 포장 박스를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서, 나로서는 역시 현금을 선물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했다. 올해에도 역시 현금을 선물했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서 내어드렸고, 형이 집으로 보냈다는 마사지 기계 가격보다 큰돈이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멀리 사는 것도 아니면서 어버이날 선물이랍시고 내민 게 싸구려 카네이션 한 송이, 편지 한 장 없는 현금 봉투 달랑이어서 그랬을까. 용돈 없냐는 노골적인 물음에 노골적인 선물을 건넸을 뿐인데 마음은 왜 매번 불편하고 난리인지.


2.


하룻밤 속앓이를 하고 나서 이건 취향의 문제라 생각하기로 했다. 부모님은 이미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고, 나는 아무래도 내 마음에는 들지도 않는 것들은 직접 사서 선물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부녀회원들이 입고 있는 옷을 똑같이 사서 입든, 싸구려 가죽으로 만드는 구두를 꺾어 신든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무슨 거창한 이유 같은 것은 찾지 않기로 했고 내년에는 카네이션 한 바구니 정도를 사서 같이 선물하기로 했다.



-Ho


2019년 5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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