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여덟 번째 주제
"하하, 아야 니 진짜 서울 깍쟁이 같어야."
익숙한 사투리로
어색한 공기를 자르는 건
우리 테이블 뿐이었다.
많은 테이블이
숨죽이고 귀를 쫑긋이며,
우리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걸
이 친구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니는 뭐시 그렇게 바쁜디
어떤다 말도 없이 사냐,
얼굴은 더 매초롬해져가꼬."
사실은
덧없이 헛헛한 서울살이에
온 몸이 움츠러드는 요즈음 이었다.
서울은 뭐가 이리도 어려운지,
촌뜨기 티를 숨길 요량이 날 즈음
내 감정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걸 눈치챈 녀석이 대뜸 찾아와
잔소리를 퍼붓는 참이었다.
간만에 듣는 사투리때문인지,
잔소리 때문인지,
이녀석 얼굴 때문인지,
온통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서
울음이 쏟아졌다.
"허 이것 봐야, 진짜루 깍쟁이 다 된줄 알았드만, 으이고 가시내.
그만 짜고 인나, 속터진께."
깍쟁이가 다 뭐람.
나는 여즉 저기 어디
구석만큼밖에 못 자란,
쉽게 지고, 쉽게 흔들리는
그런 좀 촌스러운 애인데.
-Ram
1.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지만,
겉으론 깍쟁이같이 보여도,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가까워질수록
딱히 그렇지 않구나,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뭐. 깍쟁이 이미지 덕분에 편한 것도 있지만.
누군 나보고 그런다.
가까워지지 않았을 때는 너무 깍쟁이같아서 별로였는데,
막상 친해지고 나면 아예 생각했던 것이랑은 반대라고.
약간 빈틈도 많고, 어떨때보면 야무지지도 못하고,
물렁물렁한 면이 많아서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뭐 더 가까이 지내보면 나쁘다는 말보단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주변에 친한 사람들 중에 엄청난 깍쟁이는 없는 것 같다.
다들 겉으로는 연약해보이지 않지만 마음은 반대로 여린 사람들이 많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역시 아니다.
친구는, 주변 사람은, 내 거울이라고 했으니.
2.
평생 잊혀지지 않을 몇몇의 이야기들.
바보들의 이야기들.
바보들.
너도 나도 우리는 모두 바보들.
바보. 보고싶은 바보들.
우리 중에 깍쟁이는 없었어.
-Hee
수압은 어떨까? 보일러는 괜찮나? 방 크기는? 줄 자를 들고 쭉쭉 재보더니 창문은 이중창일까? 잘 닫히나? 언제부턴가 꼼꼼하게 따지게 되었다. 서울사람 다 되었네 싶다. 사람이 워낙에 많고 벼래별 일들이 생기다보니 자칫 방심하면 눈뜨고 코베이는 곳이 서울바닥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까지 극성맞아야 하는걸까? 이렇게까지 꼼꼼해야 하는 걸까? 싶다가도 두 눈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차리게 되는게 서울바닥.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9년 5월 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