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일흔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아직도 가끔

네 꿈을 꾼다.


어떤 날엔 우리가 만나던 때로

또 어떤 꿈엔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가끔

너라는 존재를 잊지말라는 듯

꿈에서조차 갖혀버리곤 한다.


여전히 너는

그때의 너와 같이


나를 가두려하고 또

나를 가지려하고.


끝까지 당신을 떠날 수

없을거란


그 말이 남아서일까,

어디에나 당신이 있는것만 같아.



-Ram


1.

그래도 가족이라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있다고,

서운하긴 하구나. 웃기다, 나도.

어찌보면 그렇게 연락도 안하고 지냈는데도

서운함을 느끼다니.

연락 한 번 더 했다면, 꾸준하게 연락하고 지냈다면

달라졌을까.


2.

난 항상 내가 아는 좋은 사람들이 다같이 만나서 더 좋은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물론 부작용이 있긴 하다.

욕심일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게 좋은걸.


3.

세상에 억지로 연결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설사 억지로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금새 삐걱거리고 어긋나기 마련이다.

어떤 이와는 결이 맞지 않아 더 다가갈 수 없었고,

어떤 이와는 리듬이 맞지 않아 금새 바람빠진 풍선처럼 흥을 잃었다.

어떤 이와는 서로 다가가려고 노력해도 어찌 손 쓸 도리도 없이 서로 멀어져버렸고,

어떤 이와는 소중함의 경중을 따지다가 멀어져버렸다.

수만가지 기준들 속에서 너와 내가 함께라는 것은 기적이다.



-Hee


삶에 목적과 목표가 뚜렷했던 적이 있었다. 많은 고민끝에 세워졌고 너무나도 선명해서 앞으로는 살면서 내 삶에 대한 목적과 목표는 더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던 것 같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확고한 목표들을 향해 오로지 전진뿐이었던 것 같다. 하나 둘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바쁘고 벅찼고, 그 목표들을 하나 둘 이루어내며 얻은 성취들은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배낭 하나로 시작한 짐들은 점점 늘어나서, 이사짐을 부르지 않으면 거처를 옮길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머물던 거처는 쪽방이나 작은 반지하 단칸방으로부터 점차 지상으로 올라왔다. 거주공간 계약의 단위도 단기성 계약에서 전세계약으로 바뀌었다.


이불도 뭐도 없어 옷가지를 이불삼아 두르고 추위에 떨었던 잠자리는 넉넉한 침대사이즈와 따듯한 구스 이불을 바뀌었고, 정말 말도 안되던 인턴계약으로 시작한 급여도 정부가 바뀌고 사회분위기가 바뀌며 점차 제 값을 받게 되었다. 4년 정도가 지난걸까? 돌이켜보면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선명히 뻗어왔고, 결핍의 삶으로부터 상상해왔던 삶의 모습까지 기어이 연결되었다. 넉넉하지는 않다만 부족하지도 않은 온전한 사회구성원이 되었다.


연결.


이제 다시 어디로 삶을 연결시켜나갈까 싶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게 사람 일이라, 기왕이면 의미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고 싶다. 다시 한번 뻗어나가 부디 너에게 닿기를. 부디 너에게 연결되기를 바라마지 않다만..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다시금 방향타를 꼭 쥐어볼 뿐이다.



-Cheol


어떤 기대에든 부응하려 애쓰면 사람이 좀 애처로워 보이나요. 저도 뭐 처음부터 그러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제는 그러지 않으면 더는 괜찮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지니까. 부담감에 짓눌리더라도 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늘 좋은 아들이고 싶고 좋은 친구이고 싶은데, 이제부터는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것 역시 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이제 곧 여행을 가요. 전화기도 두고 갈 겁니다. 완벽하게 혼자인 시간이 되겠죠. 아무런 연결고리도 부담도 없이 혼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다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르니까요. 당분간은 찾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요. 찾아도 저는 이미 없겠지만요.



-Ho


2019년 4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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