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아흔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좋아했었어 많이,


그렇게

온 마음을 다해서

너를.


밤이 오면

낮에 보았던 네 모습이 아른거려서

한참을 뒤척이고


아침이 오는 것도 잊은채

가슴 언저리가

욱씬욱씬 거려서

울지도 웃지도 못했어.


내 마음은 딱 거기까지 뿐이라서.


두 번 좋아할 자신이 없을만큼

정말로 좋아했었어.


힘들지도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고

너로 인해 변해가는 내가 좋아서

기쁘고 예쁘고 행복했어 마냥.


정이 많은 너라서

금방 또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너라서

괜찮아.


그래도 정말 좋아했었어.



-Ram


1.

열정의 형태는 모두가 다르다.

열정의 색도 물론 다르다.

다른걸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사이의 갈등은 무시할 수 없다.

그 갈등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2.

나에게 열정과 새벽은 항상 맞닿아 있다.



-Hee


또다시 불만으로부터 저 아래 어딘가서부터 화가 들끓어오르려 했다.


'아니 그 저 애살맞은 청년 있잖아요, 그 청년이 뭘 해도 의욕적인게 나는 그 청년에게 마음이 가더라구'


과거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그 아주머니는 연신 화를 꿀덕꿀덕 삼켜내고 있는 이 청년을 알아볼까?


좋게보면 매사 눈빛이 또렷하고 의욕적이다. 다만 언제나 좋은점만 있던가? 우리는 모두 다른 존재들. 혼자 의욕적인건 상관없었다. 남이사, 그이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하나 둘 모여 손발을 맞춰 일을 하다보면 우리들 사이에는 온도차가 생기기 시작한다.


온도차 뿐일까? 관점도 다르고 접근법도 다르다. 사실 당연히 다른거다. 하지만 그 걸 조율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에게는 그 '당연히'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지금 스스로부터 자신의 마음속 어딘가로부터 들끓어오르려하는 화를 다스리는 것부터가 큰 문제였으니까


그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뜨거워졌던 것일까,

그토록 냉정한 사람이 되고자 차갑기만 했던 그가



-Cheol


어쩌면 산속에서 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멋진 풍광을 매번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지인에게 어떻게 그렇게 때를 잘 맞춰서 찾아갔냐고 물었다. 그는 그저 날씨 운이 좀 따랐을 뿐이라고 했지만 사실 날씨와는 관계없이 산에 많이 가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가 막 그치고 해가 뜰 때, 천둥이 내리는데도 아직 비는 내리지 않을 때,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릴 때. 인간이 사소해질 만큼 멋진 산 속의 타이밍은 그곳에 있지 않고서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니까. 예보의 부정확성이라든가 비 맞은 장비를 관리하는 귀찮음 같은 것들은 끼어들 수도 없는 열정을 파도처럼 흘러가는 구름 위에 서 있는 그의 독사진에서 볼 수 있었다.


한 줄 써내기도 힘든 주제가 사실 꽤 있었지만, 열정이라는 단어가 꼭 그럴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주말을 헛되게 보내고 나서 느지막이 쓰는 글에서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는 것. 글쎄, 나는 다 식어서 꺼져가는 열정이라도 가져본 적 있었던가.



-Ho


2019년 7월 2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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