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아흔 한 번째 주제
01.
요즈음
자주 느끼는 시선'들'
나를 보면서
궁금해하고,
그대로 상상하고 주무르는
여러 생각들이 있나보다.
그런 것들이
곧이곧대로 배설되어
나에게 다시 날아온다.
그게 얼마나
따가운 시선인지도 모른채.
02.
나를 보는 시선이
꼭
나를 닮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널 보는 시선이
꼭
너를 닮아서.
03.
수만개 바늘이 나를
찌르는 것 같아.
아니 그보다 많은
바늘이 나를 찌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아.
목은 쿡쿡 찔려와
시큰하니 코끝까지 아련해지고
어떤 말도 못할 나는
이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되고야 만다.
-Ram
1.
그런 식사자리들이 있다.
같이 먹고 싶지도 않았고, 부러 할말도 없고,
음식의 맛을 느낄 여유 한 톨도 부리기 싫고,
너무 불편해서 시선조차 피하고 싶은 자리.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런 자리라면 사양하고,
집에가서 누룽지를 끓여 진미채를 올려먹는게 백 번이고 나은 그런 자리들.
다행스럽게 아직까진 취사선택이 가능한 것.
2.
대놓고 다리를 쳐다보면
나도 대놓고 그 사람의 얼굴과 표정을 빤히 쳐다본다.
좋니?
막상 눈도 못 마주치고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3.
나와 대판 싸우고 골목길 한 구석에서 담배를 물던 너의 모습이 내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아 아직은
그 모습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였는데, 그 한 대를 피우면 너는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을까
4.
우연히 유투브에서 어떤 이의 플레이리스트를 접했다.
총 13곡의 플레이리스트였는데, 아무 기대없이 들었는데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있을 수가!
그래서 3곡 정도 계속 들으면서 '이건 지금 이 자리에서만 들을게 아니다. 돌아다니면서도 듣고, 집에갈때도 듣자'라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그래서 스트리밍앱에서 열심히 플레이리스트 노래를 한 곡, 한 곡 검색해나갔다.
다행히 전 곡이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있었고, 정말 부자가 된 기분이였다.
그런데 웬걸.
스트리밍서비스에 모든 곡을 추가시키고 그 다음곡부터 내가 선호하지 않는 목소리의 음악이 나왔다.
아, 이런.
이 곡은 지우자.
그리고 다음곡으로 넘겼다.
아? 이런.
또 그 뮤지션이네. 이 곡도 지우자.
순간 욕심을 부리면 화가 오는건가 싶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미묘했다.
결국 내 스트리밍앱에는 절반의 곡만 살아남았다.
-Hee
두 눈으로 보고 대화할 수 있는 순간,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사실,
오며가며 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큰 기쁨일 것 같았다.
어느날 문득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두 손 마주잡고 밝게 미소지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시선을 온통 독차지할 너를
시간이 다하기 전에
기회가 더는 없기 전에
얼른 만나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Cheol
다 괜찮다는 걸 확인받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내가 보는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 알려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딸 둘을 키우는 엄마. 실직한 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을 두고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제 삶을 꼼꼼히 지켜내는 강인한 여자. 빛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빛나가 우울하다는 말을 대뜸 내뱉으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긴, 누구라도 지칠만한 삶일 테다. 취업도 육아도 살림도 관심 없는 배우자와 사는 일이. 손이 많이 가는 두 딸아이를 혼자서 키우는 일.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있을 새 없는 하루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누가 괜찮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의 빛나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빛나는 배시시 웃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지내는 사람처럼 지내는 것 같았다.
그 뒤로도 가끔 빛나는 비슷한 질문을 했다. 나는 마찬가지로 다 괜찮다고, 힘든 일은 곧 지나갈 테고 너는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고 뻔한 답을 해주는 일이 어떤 도움이라도 될까 궁금했다. 대신해서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단지 위로 한 마디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가 우울을 헤치는 데 도움이 될까. 점점 더 그녀의 여린 내면을 깊게 바라보는 일이, 다 괜찮을 거라는 무책임한 말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때로는 어이없기도 했다. 빛나는 왜 내게 꾸준한 시선을 요구하는 것인지, 내 삶도 돌보지 못하는 내게 어떤 확신을 요구하는지. 나는 왜 마냥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는지도. 하지만 단지 한 사람의 시선으로 누군가가 힘낼 수 있다면 꾸준히 지켜봐주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닐 테다.
-Ho
2019년 8월 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