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이백 아흔 두 번째 주제
돌을 쌓아 만든
작은 담이
너와 나를 가르는 벽이었다.
그런 담을 훌쩍 넘으며
창틀에
장미꽃이며, 편지를 두고 가던
네가 그때는
얼마나 예뻐보였는지,
애틋한 사랑이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지 뭐야.
그 담을 넘어 올 때에
나를 배려하던 마음까지
홀랑 넘나드는 걸
몰랐어 그때는.
네게 건네주고 싶었던 인사는
창틀에 걸릴 뿐이었고
너는 언제든 그 담을 넘어
창문을 두드렸어.
나는
그럴 때마다 움찔거리며
창문을 열어둘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네가
도망갈까봐,
다시는 날 찾지 않을까봐서.
담을 넘고, 창을 여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때,
어리석었던 내 어여쁜 옛날이
무색하도록
돌담은 그 자리에 있다.
누군가는
이 사이로 사랑을
소근소근
속삭였겠지.
넘지 않는 법을 배운 누군가는.
-Ram
1.
연인이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 이별한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들었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TV에서 들었나.
그래서 내게 덕수궁 돌담길은 뭔가 가면 안되는 곳, 괜히 삭막할 것만 같았던 곳으로 생각되었던 곳이다.
하지만 제작년 여름에 서울시청을 밥먹듯 갔었는데,
그때 덕수궁 돌담길에서 플리마켓을 정기적으로 열었고, 공연도 종종 했었다.
돌담길을 걸으며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항상 음악이 끊기지 않아서 괜히 흥이 났다.
점심시간에 회사 동료와 함께 돌담길을 걷는게 나름의 비타민이였고,
플리마켓에서 팔찌를 몇 세트씩 사기도 하고, 타래과자 시식을 몇 차례씩 하기도 했다.
돌담길을 쭉 걸어가서 맛집이라고 소문이 났던 쌀국수집에서 밥을 먹기도 했고,
어렵지만 편한 상사랑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돌담길은 생각외로 꽤나 낭만적이였고, 누군가의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도 충분한 장소였다.
초록초록한 나뭇잎과 기와가 어우러진 여름의 돌담길은 앞으로도 잊지 못하고 추억할 장소다.
2.
아무리 좋아한다고, 보고싶다, 잊지 못한다고 말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 싱겁고 맥이 빠지는 말 뿐이였다.
돌이켜보면 결국 우리는 서로를 버렸다.
-Hee
우리가 쌓아올렸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너무도 가녀렸고, 충분히 섬세하지 못했던 서툰 우리는 그 돌담을 허무할정도로 쉽게 망쳐버리고 말았다. 한조각 한조각 추억을 담아 끼워맞췄던 돌맹이들은 망가져 바닥에 흩뿌려진 채,
이런 일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는 이내 어정쩡한 자세로 돌들을 주워 담았다.
그래, 돌들을 다시 주워 담았다. 이 돌들을 다시 쌓을 우리만 있다면야 돌담이 무어 중요할까? 무너져 흐트러진 돌담에도, 서툰 서로의 모습에도, 함께만 한다면야 돌담이 대수일까?
그렇게 나에게는 돌담보다 네가 더 소중한 걸. 소중하단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에 이는 화는 어찌도 얄미운지 어쩜 이리도 내 감정 하나 내뜻대로 되지 않는걸까 싶었다.
-Cheol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2019년 8월 1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