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다섯 번째 주제
어쩌면 내가
나의 마지막 사람을
찾은 걸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다.
안겨있을 때에도
너를 부르고 싶을 때에도
보고싶은 순간에도
모두 거짓말처럼
너와 딱 들어맞는 모양새가
꼭 내 것인양 딱 맞아서.
사실은 딱
그것만 맞았던 것인줄도 모르고 말야.
-
내가 얼마나 긴 인생을 살 줄 알고
그런 고약한 충고를 건넬까.
지금 이 순간이
나를 산산조각 낼 만큼
힘들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지,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어디즈음인지는
당최 중요하지 않단 말이죠.
-Ram
너에게 나에 대한 사랑의 파편들이 너무 많아버려서
네가 다시 나를 볼 수 밖에 없었길.
미련이나, 기억 따위 말고,
사랑이란 감정으로 말이야.
지금의 배경이나, 외로움 따위 말고,
애틋한 감정으로 말이야.
-Hee
철없고 아무생각 없던 초등학교 2학년. 별 생각은 없었지만 몇몇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 때 즈음 이었을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완전했던 내 인생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3년 정도의 간격으로 나를 지켜주셨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차례로 돌아가시면서 내 삶이 조각나기 시작했다.
조각난 삶.
어디서부터 어떻게 주워담을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붙여나갈까
긴 시간이 지나고 이젠 제법 그럴듯하게 이어붙은 조각들이 하나의 작은 그릇이 되었다. 여전히 불안정하고 곳곳에 비어있는 곳들 투성이지만 얼추 갈증을 적실 마음정도 나눠줄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삶의 여정을 지나며 더 꼼꼼히 나와 어울리는 조각들을 모아본다. 비록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의 사랑으로 완전했던 때의 모습은 또렷이 기억하기에.
-Cheol
1.
웁살라에서 보라 누나가 도시에 유난히 장애인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아서 근질거리는 입을 가만히 두기가 힘들었다. 민영이었다면 끝끝내 모른 척 그러네요 넘어갔을 일인데 나는 기어코 구시렁거렸다. ‘우리나라처럼 장애인을 시설에 숨기지도 가두 지도 않는 것뿐이야.’
부끄럽지 않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는 때때로 부끄러운 일로 치부된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주민 앞에 장애인 학부모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 나라는 무엇이 부족한지, 혹은 넘쳐서 그러는지.
2.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는 사람이 연애 상담을 하면 얼마나 잘 할 수 있다고…
거절을 해도 무작정 들이미는 민영의 속 사정은 별 수없이 가만히 들어줘야만 했다. 남자친구 어머니가 점을 보고 와선 결혼을 결사반대하는 바람에 헤어졌다, 비혼 주의자가 될 것이다, 신점을 보고 왔는데 스물아홉에 만나는 남자와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다.까지가 그간의 이야기였고 이번에는 새로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 날짜를 잡았다는 내용이다.
결혼할 생각은 아직 없는데 남자친구의 재촉에 별 수없이 결혼을 준비하곤 있다는 고민이 오늘의 내용이었다. 좋으면 하고 싫으면 말면 되지 그게 무슨 고민이라고, 생각은 해도 말을 함부로 내뱉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많이 쏟아낼 수 있도록 공감하는 척에 신경을 쏟는다.
이번에는 나한테 꼭 맞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 거절을 못 하겠더라고. 결혼을 하고 싶진 않은데 사실 하지 않을 이유도 딱히 없고 말이야. 나는 그렇다 치고 너는 대체 왜 연애를 안 해?
연애는 뭐 혼자서 하니. 하고 싶다고 다 연애하면 내가 오늘 같은 날 너를 왜 만나고 있겠어.
너도 너한테 꼭 들어맞는 조각을 찾을 거야. 곧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너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너무도 많이 들어온 말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행복에 겨운 사람이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 그런지 마음이 쓰라렸다. 그런 일이 있을지, 그래서 반쯤 죽은 듯이 사는 일을 끝내고 활기차고 안정적인 일상을 얻을 수 있을지. 팩맨처럼 쿠키를 주우러 열심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면 우스꽝스럽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게 꼭 나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오후였다.
-Ho
2019년 11월 1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