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섯 번째 주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별다른 이유가 없듯이,
싫어하는 데에도
큰 이유가 없다.
미움의 화살은 사실 하나가 아니라서
온통 모아서 쏟아진다.
내가 별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별다를 것 없는 미움이 모여서라고
그때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구분할 줄 모를 때라서
전부 내탓인 줄 알았다.
꽤 지난 시간이 되어야
나를 안아줄 줄 알았다.
나는 여전히 모자란 어떤 존재이지만
궤변 속에서 온전히
내것만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Ram
1.
여기저기 죄다 궤변뿐이야
다들 자기 입장만 제일 중요해
너무 진절머리나
진심은 눈꼽만큼도 없어
따뜻함도 없고, 사랑은 더더욱 없지
원래 그런가봐
이제야 느꼈네
재미없어
2.
그 와중에 네 이야기는 궤변같아보였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궤변같진 않았어
사실 그런 건 다 중요한 게 아니었어
중요한 건 따로 있었어
3.
우스운 건 나조차도 이게 궤변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거야
하도 그럴싸해보여서 그냥 믿고싶었던 거지
-Hee
“어제 전임자분이 조언을 해주었는데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같아요”
“무슨 이야기를 해주었는데요?”
“음... 그러니까 우리 회사에서 내가 리더십을 가져가지 못하거나 힘이 약한 이유가 아무래도 내 디자인이 매출에 기여하는 바가 적어서 그렇다고.. 디자인을 하더라도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라는 이야기? 한마디로 회사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제가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힘든 이유는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어서라는거죠”
“음... 저는 별로 공감이 안가는데요..? 그 전임자분이 일부러 의도하고 그렇게 말한거면 궤변이고 의도한건 아닌데 그냥 그런 이야기를 한거면 단순한 오류 같아요”
“오류? 왜요?”
“아니 그렇잖아요. 애초에 매출은 다 같이 만들어가는거잖아요. 매출만 생각하고 작업하면 과연 지금처럼 좋은 결과물이 나올까? 매출이란게 어디 누구 혼자 잘한다고 나오는건가요? 개발, 디자인, 마케팅 삼박자가 맞아야 제품이 돌아가고 매출이 나오죠. 이미 디자인은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는데 너무 일부만 가지고 전체를 재단하려고 하는것 같은데..”
“그 사람 너무 교묘하게 남탓하네 정말”
-Cheol
사랑했던 도시에 와서도 사랑했던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건 슬픈 일이야. 사실 그때 나는 너와 나 중에 누굴 고른 것은 아니었는데. 구차한 말들을 이해해달라고 토해내는 게 아니고, 강물에 쓸려나가고도 남은 그리움을 호소하려는 게 아니고. 너에게 다 말로 하지 못했던 내 마음이 어땠었는지 나조차도 궁금한 마음에 이제서야 돌아보는 중이라 해야 할까.
결혼을 꿈꾸고 둘이 같이 있는 미래를 감히 입에 담은 것은 정말로 미안한 일이야. 그건 그 시절의 진심이었지만 지금은 거짓말보다도 더 추악한, 말하자면 저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마음이 멈춰 서버린 일에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은 걸 보면 나는 분명 죄인일 텐데 얼마 전에 만난 너에게서, 네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잖아. 그걸 결과적으로는 다행인 일이라 생각해야 될까. 멈춰 서면서 손을 놓은 게 그때는 차라리 더 나은 일이라고 믿었는데 지금은 아니라 말하면 안 되는 걸까.
네가 나를 그냥 그랬던 사람이라 기억했다면 더 좋았을 거야. 네 마음이 치유 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내게는 이제 또 다른 저주 같은 게 되어버렸네. 너를 탓하는 것은 아니야. 결국 다시 지나갈 일인 걸. 너는 너를 간직하고 나는 나를 간직할 뿐인 걸.
-Ho
2019년 11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