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일곱 번째 주제
딸아,
언젠가 살다보면
정말 많은 기회가 스쳐간단다.
기회인 줄도 모르고
놓치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야.
그래도 말이다.
엄마는
네가 수많은 기회 중에
네 사람을 얻는 기회는 놓치지 않았음 해.
소중한 인연은
대학교 조별과제 같은 하찮은
인연고리에서도
이어지기도 하고
절실한 인연은
또 네가 그토록 미워하던
누군가일수도 있단다.
그러니 마음껏 만나고
양껏 먹어보고
더 많은 곳을 다니면서
새롭고 소중한 것들을 품으렴.
그리고
아무도 네 감정을
네 허락없이 상처줄 수는 없단다.
그걸 명심하고
지천에 널린 기회를 많이
스쳐보렴.
-Ram
1.
글쎄. 나는 그 때를 기회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뭔가 새로운 것을 더 알아간다는 기쁨에 선택했던 것 같아.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아.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을 것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
물론, 아쉬운건 사실이야.
처음이였던 만큼 내 열정과 젊음(이라면 젊음이지), 내 에너지를 쏟았던 곳이였으니까.
사실 솔직히 말하면 싫증, 미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긴 해.
애증까지도 아니야. 미움이 그렇게 크진 않았어. 그 덩어리만 봐서는 그냥 난 그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어쩌겠어. 결국 내가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는걸.
그렇게 되어버렸을 것을.
2.
누군가는 이것을 또다른 기회라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난 왜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는거지.
기회라고 이야기하기엔 솔직히 조금은 더 진중해야 하는 것 같아서.
사실 이렇게 진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나 자신도 낯설지만 말이야.
근데 이번만큼은 진중해야 할 것 같아서. 절대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아.
-Hee
사실 준비된 사람만 지나쳐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단 걸 안다. 준비를 위해선 습관을 잘 들여야 한다. 그리고 습관이 오래가기 위해선 동기부여가 잘 돼야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방법,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을 생각해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쳐보자. 내가 원하는게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무엇인지,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이런 것들 말이다.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좋은 습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질투가 날법도 한데 이건 어쩔 수 없다. 사람은 애초에 태어난 환경과 자라온 환경이 모두 다르니까..
그런데 말야. 지나치는 기회를 매번 잡으려고 꼭 그렇게 항상 아둥바둥 살아가야 할까? 애초에 나는 어영부영 나무늘보 같은 기질을 타고난 사람인데말야.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많은 이들을 지켜보면 말야.. 생각보다 안분지족하며 잘 살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손에 꽉 쥔 경쟁의 사다리를 내려놓지 못하는건..
이 서울 땅이 너무 비좁아서일까?
-Cheol
1.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는 것들은 대게 서울에 있다. 그래선지 가끔은 뭘 해도 확실하게 하는 사람들이 서울에만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남자는 요가 학원에 등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을 때, 매번 서울 근교로 정해지는 하이킹 클럽 일정에 참여할지 말지 고민할 때, 좋아하는 가수가 내한 공연을 할 때. 여전히 서울에 살고 싶다.
2.
안녕하세요~ 혹시 트레킹 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서 연락드려요^^ 부산에선 그런 기회가 없다 보니 혹시 부산에 거주하시는 거면 저도 참고하고 싶어서요.
sns로 메시지가 왔다. 조금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본인도 이미 트레킹을 하고 있으면서 갈 만한 곳을 추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인지… 혹시 불행히도 취향이 나와 비슷한 사람인 것일까.
음식을 잘 챙겨가서 먹고 마시고 사람들과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고. 캠핑은 그 자체로 이미 목적이 되기도 하지만 쉬지 않고서는 걷기 힘든 긴 거리를 걸을 때 쉬어가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수단으로서의 간단한 캠핑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활동은 확실히 부산에서 같이 할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나도 부산에서는 기회를 찾을 수 없어 늘 먼 곳까지 별 수없이 가는 형편이라 성실히 답변은 해줬지만 아마도 도움은 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조금 우울해지려 한다.
-Ho
2019년 11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