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여덟 번째 주제
차라리 지독한 감기에 걸렸어야 했다.
그 겨울,
너무 아파서 앓아 누웠어야 했다.
빈 속에도
게워낼 것이 없는데도
자꾸만 헛구역질이 나왔다.
찬 바람이 두 뺨을 할퀼 때마다
욕지거리가 혀 끝을 찔렀다.
가장 추운 때
나는 가장 추운 곳으로 내몰려서
꽁꽁 언 발로 일해야 했다.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
아직 정장이 몸에 맞지도 않을 때에
직접 보고 뛰라는 팀장의 지시에
나는 바보처럼 길거리로 나왔다.
최악의 한파라고 떠드는 뉴스가 무색하게
몇 겹을 껴안은 나는
그 겨울 앞에 작고 초라한 여자애였다.
귀가 뜯겨질 것만 같은 겨울을
이를 악물고 지내고 나니
봄이 왔고
그 해는 내내 아팠다.
지독한 겨울을 이겨내니
더 큰 아픔이 찾아왔다.
어쩌면 그런것들이다.
사실 견뎌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Ram
선인장에 손가락을 찔렸을 때까지만 해도 금방 아픈게 가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 손이 붓고 찔린 부분에 이물감이 느껴지자
세상이 다 무너질 듯 무섭고, 두려웠다.
이게 만약 손가락 안에서 썩으면 어떡하지,
염증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무슨 풍이라도 걸려서 손가락을 혹시라도 절단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엄청난 걱정을 안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엄살엄살을 부린 후 5분도 안되서 가시를 뺐다.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5분도 안되는 가시를 제거하는 비용 몇 만원이 너무 또 아까운 것 아닌가.
마치 빼기 전에는 이것만 해결해주면 모든 것이라도 감사할 것만 같았는데.
사람이 그렇다. 참 간사해.
언제 아팠냐는 듯 또 웃고 있다.
-Hee
조금 더 선명해지고 싶다던 내맘
섣불리 나서지 못해 머뭇거리던 네맘
-Cheol
이렇게 해도 될 일인가. 비싼 밥을 얻어먹고 나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말 동안 내가 수원에 머물면서쓴 돈이라곤 주차비 사천 원이 전부다. 밥을 몇 끼 먹었고 커피와 술을 마시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값을 치르는 데 있어서는 무조건적으로 배제당했다. ‘손님이 무슨 돈을 내. 우리가 부산 가면 그때 네가 사면 되는 거야.’ 배불리 먹고도 돈을 내지 않았으니 없는 형편에는 무릇 좋아야 할 일인데. 기뻐해도 좋을 때에 왜 낙향하는 사람의 허전한 걸음처럼 외로운 기분이드는지.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보면 자그마한 생채기 몇 개가 생겨있곤 했다. 일하는 동안에는 몰랐다가 씻으며 뜨거운 물이 닿으면서부터 쓰라리기 시작해 발견하게 된다. 어쩐지 내 것은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의 온기가, 잘 믿어지지 않는 포근한 주말의 일상이 쓸쓸하고 아픈 상처 같다. 아니 알아채지 못했던 나의 상처들을 놀랜 뜨거움 같았다.
-Ho
2019년 12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