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홉 번째 주제
1.
그러니
젊음의 희망과 열정을 아깝게 생각해라. (...) 장미는 향기를 낼 때 더 행복하지. 가시에 싸인 채 죽기보단.
-한 여름밤의 꿈 중에서
2.
언니,
언제나 무엇을 하여도
아깝지않은 사람을 만나.
함께 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사람
쓰는 돈이 아깝지 않은 사람
감정을 양껏 쏟아낼 수 있는 사람
주고 받음에 시샘이 없는 사람.
그런 사람 말이야.
3.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서
떠날때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 속에
사실은 떠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그 사람을 너무 아껴서
그래서 응원해야 한다.
우리가 지낸 시간들도
그리고 그 사람이
오롯이 이겨내야할 시간도
온통 소중한 것임을 아니까.
힘냈으면 한다고.
-Ram
돌이켜보면 돈이나, 자존심이나, 이기고 지는 것, 조금이라도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마음 따위 등이 아까운 게 아니었더라.
진짜로 아까운 건 시간이었고, 순간이었지. 젊음이고 열정이었지.
-Hee
나를 비운다는게 참 어려웠다
비워내기위 해 덜어내는 것들이 모두 아까웠다.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다 비워낼 수 있는건 아니었다.
내 주변에서 네 존재가
사라진다는게 두려웠다.
내 주변의 물건들을
나를 중심으로
새로이 짜는 것
그리고 비운다는 것
비움을 반복할 때 마다 마주하는 너
그 때 마다 어쩔줄 몰라하는 나
-Cheol
1.
다 쓰고 난 다음에 하나씩 지워내는 글들이 아까웠었다. 별다른 가치가 없으니 지워내면서도 특정할 수 없는 이 시기의 나여서 쓸 수 있었던 내용이라 생각하면 마냥 아까웠다. 싸이월드가 사라진다고 했을 때도 bgm을 사느라 쓴 도토리를 돌려받을 수나 있나 궁금해하고 말았지 공들였던 미니홈피에는 한 번 들어가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뒤적거리며 찾아보지도 않을 글은 아깝고 긴 시간과 정성을 남겨둔 싸이월드가 사라지는 일은 아무렇지 않다. 부끄러움이라곤 몰랐던 시절이 민망하기 때문일까. 어쩌면 지금 지우고 있는 글들도 나중에는 결국 부끄러워질 내용들일지 모르면서. 내가 아깝다 말했던 것들 가운데 정말로 아까운 일은 몇이나 될까. 우스웠다. 그리 열렬히 무언가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았으니 정말로 뼈저린 안타까움에 빠질 일도 사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2.
군대 간다는 말 한 줄을 써놓고 닫아버린 미니홈피 방명록에 초등학교 동창이 주소를 알려주면 편지를 보내겠다고 답을 남겨놓았었다. 그 답을 군 생활이 다 끝나고 난 다음에나 확인했기 때문에 뒤늦게 답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었다. 중학생이 될 무렵 부산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가 버린 아이. 자기 전화번호를 남겨두었다곤 하지만 십 년도 더 지난 시간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연락을 해도 괜찮을지.
아마도 내가 싸이월드를 드나들던 시절의 가장 안타까운 일은 그 애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어린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여자아이. 그 애에게 좋아한다는 말은커녕 간단한 연락조차 용기 내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한탄스럽다. 그 시절의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Ho
2019년 12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