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서른여섯 번째 주제
언제나 뜻밖의 인연은 찾아오기도 하고 또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전체를 뒤흔들만한 변화가 내게 찾아오면
그런 인연들이 소위 다들 말하는 ‘정리'로서 가지런해진다.
최근 나는 꽤 대단한 변화는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을 준비했고 또 진행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몇번이고 나는
나의 인연을 되새김질 할 수 밖에 없었다.
눈빛만 보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혹은 몇마디만 나누어도 마음을 알고
미소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소소함을 알고 언제나 좁은 시야가 아니라
함께 멀리보기를 권하고
또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가 되고
꾸며지지 않아도 좋은 것이 좋은 것이며
허비하지 않게 되는 인연.
누구보다 강한 인연의 끈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이 나의 떠남을 누구보다 아쉬워 해주었다.
서로에게 한탄하지 않으며 슬퍼하지 않으려는
인연이기에 눈물이 더욱 애잔했다.
그렇기에 나는
떠나도 떠나지 않은 것이다.
작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인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보다 꽤 커지는 중이다.
물론 누구보다 옆에서 가장 챙겨주고
처음으로 편안함을 주는 인연
그렇기에 나는
떠나도 떠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이런 인연들이 모이고 모여서
또 다른 내가 있는 것 같다.
아둥바둥 하지 않아도 곁에 서있는 사람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저
떠난 것 같지 않다.
-Ram
1. 굳이 잡으려 하지 않아도 깊게 맺어지는 것. 애써 지키려고 노력해도 스쳐지나가는 것. 시간이 지나도 연해지지 않는 것. 시간이 지나도 진해질 수 없는 것.
2. 해묵은 인연은 존재할 수 없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몰랐다. 인연은 끈질기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한 순간에 끊어질 수도 있는게 인연이다. 그 예전 진한 인연만을 생각하다간 마음이 다친다. 한 사람, 한 사람 각각 흐르는 시간은 같아도 생각의 단위와 범위, 그리고 환경이 천차만별이기에. 어느샌가 자기 자신도 모르게 기준이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고, 잣대가 변하고. 한 사람 안에 들어있는 우주가 달라졌기 때문에, 예전에 지녔던 자신의 우주와 타인과의 인연은 다시 성립될 수 없다.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섭리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수많은 번뇌를 거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 100% 인정할 수 없는 순간이였지만, 결국 인정하게 되는,그런 마음을 예상할 수 있다.
3. 하지만 결국 아무 의미없는 인연은 없다. 서로 어떻게든 영향을 주고 받고 있으니 말이다.
4.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밀란쿤데라)
5. 나만의 색을 지니고 지닐수록, 타인과의 분명하고 선명한 인연이 시작되고, 그것이 좋은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믿는다.
-Hee
나의 바람은 너를 향해 흐를 뿐이었다.
너가 나의 아드리아네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우리가 다시 마주쳤을 때, 인연이란 걸 믿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과거는 부메랑이 되어 현재의 우리에게 돌아왔고,
그렇게 너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다.
때로는 맺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것도 모두가 인연의 굴레인 것일까?
알랭 드 보통은 인연을 누군가 만나고 연락하게 될 확률로 그 소중함을 풀이한다.
서유기라는 영화에서 유진위 감독은 인연을 환생으로 풀이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아주 쉽게 마음을 주고 또 그만큼 쉽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인연’이란 단어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게 아닐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달달한 데이트보다
애증으로 가득 찬 끈끈한 인연이 그립다.
배가 고프다.
-Cheol
이번주도 휴재합니다.
-Min
2014년 9월 1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