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도란도란 프로젝트 - 서른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그저 너를 만나러
설레이게 그리고 차분히.


간간히 서며 사람을 채우고 버리고를
반복하는 이 기차를
가장 끝에서 가장 끝을 향해
묵묵히 타고 흐르고있었다


너는 늘 가장 먼 곳에서
가장 따스한 품으로 나를 기다렸고
그런 기차가 나는 설레임으로
가득차버려
채 다다르기도 전에 보챌 수 밖에 없었다


끝을 알리는 소리에도
이 두근거림이 멈출줄은 몰랐다


그리곤
어느새 이 기차안을 가득 채우는
설레임에서 내릴수가 없었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기차가
너를 만나기도 전에 타올라서
너를 만나기위해 내릴 역에서
나는 망설이고말았다


창문 너머의 너의 모습을
품에 가득히 안으며 기뻐해야할 내가
이 기차에서 내려
밟고 딛어야할 그 너머를 망설이고 말았다


-Ram


1.오후 8시 52분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집에서 기차역까지는 2~30분정도지만, 여유있게 기차타기 한시간 전에 집에서 나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뚜벅뚜벅 걷고 있다가 ‘앗!’하고 외마디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돌뿌리에 구두가 걸리며 잠시 중심을 잃어 넘어질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넘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구두가 고장나버렸다. 구두 밑 가보시에 제대로 걸리면서 거의 가보시의 반 정도가 떨어져 나가있었다.
하…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구두를 바꿔신고 나오기에는 약간 시간이 애매하고.
이대로 계속 가기에는 이쯤에서 더 구두가 망가지면 맨발로 다녀야 하는 정말 안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기 때문에 순간 엄청 고민했다.
결론은 조금만 더 꾹 참고 걷기로 했다. 기차만 타면 된다는 생각에.
밑창이 덜컹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참고 걸을 수 있는 상태는 되어서 열심히 간 끝에 기차역에 도착했다.
휴.
다행이다. 이제 기차만 오면된다.
라는 생각으로 기차를 기다렸고, 기차 도착하기 5분 전에 미리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시계를 보며 내가 타려는 열차칸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
맙소사.
구두가 방심한 틈을 타서 내가 다리에 힘을 잘못 줬는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지만 아깐 반쯤 떨어져 나간 가보시굽이 90%나 떨어져나간것이 아닌가….
?? ? ??????
진짜 어이가 없어서 계속 웃음만 났다.
아직 내가 타려는 열차칸도 못간채로 플랫폼에 우뚝 서있었다.
움직이면 그 고장난 구두에서 내 발이 떨어져 나올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구두를 최소 9cm이상되는 굽만 신기에, 이 높은 구두에서 추락할 것만 같은 굉장히 지금 상황이 불편했다.
그 순간 기차는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2. 전의역이라는 곳을 간 적이 있다.
사실 목적지는 전의역이 아니였고, 거쳐서 가야하기에 전의역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굉장히 작은 역이였고, 조용했다.
그리고 주변엔 산과 들과 풀, 마을이 보였다.
아, 이런 곳이 있구나. 기차를 타고 그리 머지 않은 곳에 이런 풍경을 지닌 곳이 있구나. 라고 감탄했다.
그 주변을 찰칵찰칵 아이폰에 몇 장 담았고, 시간이 많지 않아서 급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나중에는 최종 목적지를 전의역으로 잡고, 그 주변을 여행하고 싶어졌다.


-Hee


당신은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

당신을 멀리 데려다 줄 기차를

당신이 바라는 곳에 데려다 줄 기차인 건 알지만

당신은 거기가 어딘지는 몰라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아

왜냐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이니까

[인셉션, 코브의 꿈 속에서]


그 동안의 나는 많이 변했다. 혼자인 것이 편해졌고, 혼자인 것이 두렵지 않다. 모든 정리는 끝났고 나는 한 단계 성숙했다. 어떤이 처럼 사랑의 감각과 의지를 상실한 것도 아니요, 더 이상 마음의 샘이 말라버린 것도 아니다. 조금은 ‘어른스러운’ 것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자면 조금 ‘쿨’해졌고, 그 이야기처럼 내 몇 가지 감정들에 대해 더 단호해졌다.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피동적으로 인정받으려 하기 보다는, 내가 그들을 인정시킬 정도로 변하고 행동할 내 자신과의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따금 현실과의 아무런 상관관계 없이 그녀를 꿈 속에서 만난다. 나의 무의식 속에는 아직도 그녀가 살고 있다. 나의 무의식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그녀를 나의 대지에서 놓아주지 않고 있다. 아니 어쩔 때는 무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그녀(지금의 그 사람은 이제 나에겐 다른 사람이다)가 나를 놓아주지 않고 괴롭히는 것 같다. 젊은 날의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아주 지독한 마음 속 감기 같은 것일까?


무의식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다. 어쩌면 그곳은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는 내 무의식 속의 미궁인 것인가 싶다. 나를 미궁으로부터 이끌어 내어 줄 아드리아네는 존재할까? 미궁 속에 존재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내가 선택한 이별이었으니까. 그저 앞으로의 내 이야기가 궁금할 뿐이다.


-Cheol


이번주 역시 휴재합니다.


-Min


2014년 9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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