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서른 네 번째 주제
최근 들어 챙겨야 할 경조사가
하나 둘 늘어갔다
엄마 손을 붙잡고 하라는 대로 하던
어린이 모습이 아니라
옷을 갖춰입는 예절부터
인사하고 축하하거나 슬퍼하거나
어떤 하얀 봉투라던지
마음이라던지 아무튼 신경써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불편했다.
경조사 중에서 ‘경'은 아마도 거의 대부분이
'결혼식’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하얀 웨딩드레스를 반짝이게 차려입고
꼿꼿이 세운 허리와 턱을 들고
수백개의 조명 아래서
하얀 장갑을 낀 아빠 손을 잡고 입장.
그리고 부모님께 절.
그리고 떨구는 눈물
마지막은 축가와 뭐 행진했던 길을 신랑과 팔짱끼고
행복하지만 수줍은 듯 폭죽 속에서 퇴장.
이정도 공식은 누구나 외우고 있지 않나?
누구라도 이러한 공식 안에서
'나만큼은 특별해야지'라는 소망을 품기도 할것이다.
나또한 그렇다
초대할 손님도 별로 없거니와
호텔이란 곳까지 빌려서 할만큼의 재력가도 아니며
누군지도 모르는 먼 친척의 친척까지 와서
축하가 아닌 '밥값'을 내고 가는 결혼식은 싫다.
(다들 으레 그렇지만)
최근 결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는 추세인지라
난 '작은 결혼식'이 하고 싶다
아주 친한 친구들이 들러리를 서주고
(왜냐면 사진도 같이 찍히고 같이 웃고싶으니까!)
질질 끌리는 드레스보다는 깔끔한 드레스에
청첩장을 들고 찾아와주는 가까운 고마운 지인들
그리고 진행은 내가, 축가는 남편 그리고 친구들
서약은 우리가족과 시댁도 함께 행복한 삶을 약속하기를.
그리고 식이 끝나기 전에 달려가서 먹는 맛없는 부페보다는
같이 식을 끝내고 같이 먹는 식사.
정말 꿈같은 이야기 이기도 하겠지만
누구는 단 한번의 결혼식을 위하여 몇천만원 이상의 돈을 쓴다는데
왜 주변에는 몇 번의 노력과 시간과 특별함이 있었음을
이야기 하는 곳이 없을까
그 결혼식의 콘셉트와 신랑 신부의 눈빛. 그런 것들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드물까
적어도 내가 결혼을 하는 데까지도
많은 변화는 없겠지만,
미래의 누군가 나의 남편이 될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최소한의 확신과 이유
그리고 우리만의 신념을 담는 것이었음 좋겠다.
-Ram
1. 고등학교 2학년. '政治'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좋아하는지라 잘하기도 했다. '政治'선생님은 단발머리에 깐깐한 이미지를 지닌 여자선생님이셨다. 아마 입술 위에 점이 포인트로 하나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政治'라는 과목을 그 선생님 덕분에 머릿 속에 쏙쏙 들어왔고, 시험도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와주었다. 그런 '政治'선생님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잘됐구나, 하며 좋아하고 있는데, 국어선생님이 오시더니 내게 같이 축가를 부르자고 제안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우리반 여자아이 한명 더. 국어선생님이 성악을 예전에 잠깐 하셔서 성량이 크기 때문에 여자파트는 두명이 커버해주어야 한다고 했고, 어찌어찌하여 내 생애 첫 축가를 부르게 되었다. 그때 부른 축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선곡된 노래 듣고 있는데, 김동규,조수미의 듀엣은 정말 아름답고 듣기 좋았다. 이 노래를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3주 전 쯤 학교 음악실에 모여서 첫 연습을 했다. 국어선생님은 긴장한 나와 우리반 여자아이에게 편하게 음악실기보는 것처럼 부르라고 말씀하셨는데, 음악실기 보는데도 누가 편하게 부르나요… 라고 대꾸하며 연습을 시작했다. 몇번 불러보니 어느정도 화음과 박자, 호흡이 맞기 시작했고, 그럭저럭 들을만한 축가가 되었다. 마침내 '政治'선생님의 결혼식 날. 우리 학년 뿐만 아니라 3학년 선배들도 결혼식에 많이 왔다. 그 외의 하객들도 많았고, 선생님들도 많았다. 약간 긴장이 되었다. 마침내 축가를 부르는 순서가 되었고, 교복을 입고 단상에 올라가 노래를 시작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政治'선생님과 신랑분이 앞에 서서 보고 계셨는데 어찌다 어색하고 민망하고 떨리던지. 어떻게 불렀는지도 모를 노래가 끝이 났고, 박수를 받으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내려왔다. 이게 내 생애 첫 축가였다.
그 뒤로 어느새 시간이 흘렀고, 체감상으로는 아직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있는 만큼 주변에서 결혼식이 잦았다. 그러다 축가를 부르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고, 곧 9월에도 축가를 부른다. 매번 축가를 부를때 곡이 달랐는데, 이번 축가 노래는 마음에 쏙 든다. 곡명은 이예준, 신용재의 '약속’. 부르면 부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좋다. 내가 축가를 부를 수 있도록 영광을 준, 부부들은 정말 큰 탈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환절기라 밤엔 쌀쌀하기 때문에 목관리를 더욱더 잘 해야겠다.
2. 여자들은 드레스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데. 난 왜 그런 환상이 없을까. 솔직히 결혼식때 드레스도 입기 싫다. 물론 결혼식장에서 하기도 싫지만. 보통 드라마에서 보면 드레스룸에서 커튼이 열리고 여자가 드레스를 입으면 뒤에서 후광처리하면서 예비신부가 굉장히 신비롭게 비춰지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같다.
3. 결혼, 결혼식을 엄청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사람과 사람이 만나다보면 계속 같이있고 싶어지고, 그러다가 정도 들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면 앞으로도 쭉 같이 살고 싶지 않을까. 간혹 어떤 이들을 보면 연애의 끝이, 최고 정점이 결혼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사실 결혼은 어찌 보면 연애를 다시 시작하는 포인트이지, 연애의 목표가 아닌데 말이다.
4. 갤러리. 전시장. 심플한 하얀 벽이 있는 공간. 이게 아직까지 내가 원하는 결혼식장인데.
-Hee
마음이 뒤숭숭한(사실은 좋지 않은) 일요일 오후. 애써 글을 쓰기 위해 오늘의 주제를 붙들고 있다.
결혼식. 생각해보니 결혼식장은 많이 가보았지만, 지금까지 나의 결혼식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나의 결혼식을 생각해본다.
내 옆에는 누가 서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아마 우리의 결혼식은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할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열심히 설득 할 테지,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우선 예식장에서 하는 결혼식은 피할 것. 기왕이면 우리의 작품들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 갤러리에 나는 나의 글들을 전시하고 그녀는 그녀의 취미작품을 전시하고 하는 식이지. 들어오는 길은 두 갈래다.
한쪽은 신부의 이야기, 다른 편은 신랑의 이야기.
신랑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신랑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그 사람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신부의 이야기가 있는 반대편도 마찬가지이다. 신랑과 신부의 각각의 이야기 통로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 우리가 처음 만난 시점의 이야기와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그 때부터는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겠지. 함께하는 사진, 우리를 상징하는 물건 등등.
일주일정도(너무 길다면 목금토 3일 정도)의 시간동안 하객들은 자유롭게 작품을 전시하고 신부와 신랑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 간소하게 식을 올리면 참 좋겠다. 자유로운 결혼식. 소소하지만 특별한 결혼식. 뭐 그런 결혼식을 꿈꿔본다.
뭐 이런 식이지. 어쨌든 이건 나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어쨌든 결혼식. 그런게 가능할까?
-Cheol
이번주마저 휴재합니다.
-Min
2014년 8월 3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