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흔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서랍속에는

그동안 내가 쓰던 물건들이 있다.


나는 부지런하지 못해서

기억이나 추억들을

잘 정리하지는 못하는데,


버리지도 못한다.


처음쓰던 2g폰, 폴더폰,

첫 스마트폰 등등이

고스란히 골동품으로

자리잡아 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걸 버리면

내 과거가 통째로

버려지는 기분이 들어서?


열어보지도 못하겠지만

오래 저장된 몇 글자에

설레고, 울었던

그런 기억이 있다는 걸

알아서?


그래서 그런 오묘한 추억을

꺼내보지도 않을 곳에

그대로 두려는 까닭인가 싶어서.


감정을 잘 모르겠다가도

역시


버리는 건 싫다.



-Ram


1.

길지도 않은 답장엔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오매불망 기다린 티, 모바일 메신저 따위는 없던 시절 문자로 답장을 받고 들뜬 티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귀여운 시절들. 앞에서 교수님은 뚫어지게 쳐다보지만 핸드폰을 꼭 쥐고 언제 답장이 올까, 핸드폰 확인할 시간도 없이 바쁜 건가, 내 답장은 궁금하지도 않을까, 나만 기다리는 건가 등등 초당 스쳐가는 많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차서 아주 심심할 틈이 없었지.


2.

말레이시아에 오면서 무수히 많았던 연락처를 절반 이상 지워냈다. 같이 수업은 들었지만 졸업 후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친구, 동아리에서 같은 학번이라고 그렇게나 반가워했지만 그때뿐이었던 친구, 네트워킹 모임이나 행사, 컨퍼런스 등에서 만나 두어 번 정도 마주쳐서 공유했던 여러 연락처, 우연한 사건으로 알게 되어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다 몇 번 만난 후 더 이상 검색하지 않는 연락처, 고개를 숙이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거래처 담당자 등 그 외 말 못 할 연락처들을 모조리 비워냈다. 혹시나 내가 지웠던 연락처들 중 그 뒤 연락이 와서 내가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은 역시나 기우였다. 미처 숫자 몇 개들과 함께 지워지지 못한 미련들만 남았을 뿐이지.


3.

가면 갈수록 사이즈가 커지고 두께는 두꺼워지는 아이폰 소식을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컨디션이 딱히 좋지 않은 내 손목은 더 이상 남아나지 않겠네. 더 가벼워질 순 없니.



-Hee


언제나 손에 들고다니는 핸드폰. 어찌보면 내 분신과도 같고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가장 밀접한 휴대기기.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핸드폰을 꼽으라면 그저 아이폰이다.


아이폰 최초 발표는 아이패드 발표와 함께 살면서 잊을수 없는 경험이었고 내 삶의 방향성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개인비서 시리(Siri)가 탑재된 아이폰4S 부터 iCloud와 함께 6년 넘게 썼던 아이폰6+ 그리고 당장 지금 쓰고있는 아이폰X까지.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범람하는 모바일 시장을 보면 여전히 경이롭다.


단순한 핸드폰을 넘어선 이 기기를 보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가슴벅찬 일에 오늘도 뛰어든다.



-Cheol


mp3 하나 사주면 중학교 3년 내내 핸드폰 사달라는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1년이 채 다 지나기도 전에 성적으로 해브 어 딜 윗 부모님 해서 핸드폰을 쟁취해낸 뒤로 저는 문명의 노예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은 사람이 가볍고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태세 전환이 빠른 것도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 말합니다. 핸드폰 없이는 제 집 앞도 못 차아갈 놈들 중 하나가 바로 접니다. 하지만 이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 세상이지 않습니까.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만은.



-Ho


2021년 6월 2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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