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흔 한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좋아했던 감정 때문에 네가 밉다.


미운만큼 보고싶고,

생각나는 만큼 또 그리워서 슬프다.


애정의 감정이 깊어질수록

당신이 미운 마음도 같아진다.


네게 곁을 준 그 순간을

되돌리고 싶다가도

이내 현실을 보게 된다.


네 손길이 없는 곳에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내가 가여워서 웃음이 난다.


나는 오래도록 너의

그늘에만 존재하는 사람으로

그렇게 남을 것을 알아서,


그림자가 길어지는 밤이 오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축축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새벽녘에 툭툭 털어질

애정 조각 같은 것인걸

알아서

널 끝까지 원망하는 걸거야.


좋아하면서도 죽도록 미운 그런 감정말야.



-Ram


1.

어디선가 인생이 지루할 땐 적을 만들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루함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올 텐데 그걸 말이라고.


2.

바꿀 수 없는 남을 탓하기보단 내 운명을 탓하는 것이 정신승리의 지름길.


3.

그리 못돼 보이지 않는 애들도 뭉치면 파벌이 되고, 하나의 공동의 적을 만들어버리면 당할 재간이 없다. 그들만의 이상한 안정감에 사로잡혀 어떤 짓을 벌이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을지 알기나 할까. 아마 짐작하기도 싫었을걸.



-Hee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했을까? 어쩌다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일까? 그 아이는 아마 당시에 가장 약한 존재였기에 손쉽게 원망의 대상이 된 것이었겠지.


누군가가 못마땅하다고해서 탓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었나봐..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 그 어른은 아마 감정에 치우쳐서 본인의 모습을 돌아볼 겨를이 없는 것처럼 보였어.


잠깐만 멈춰봐.


우리는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 말야.


잠깐만 멈춰서 본인을 돌아봐.



-Cheol


1.

하루에도 몇 번씩 심장이 옥죄이는 기분은 단지 기분으로 그치지 않았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어지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때때로 찾아온다. 의사는 원인이 스트레스, 혹은 며칠 전에 맞은 백신의 영향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타이레놀 몇 알을 달랑 사들고 걸으니 그 ‘모르겠다’는 대답만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모른다니... 무엇이 문제이고 어떡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이럴지 알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참 속 편하고 고민이라곤 없는 쉬운 대답 아닌가.


백신을 맞았는데도 회사 내 방역지침은 여전히 잔혹하다.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는 동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다른 사무실의 누군가가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았다는 소식에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가고싶었던 식당을 가고 체육관을 다니고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던 생활도 이제는 정말 끝이구나 싶었다. 무료하고 텅 빈 나를 어떻게든 움직이려는 동력이 아예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 코로나 시국 1년 반 만에 내 생활은 기어코 죽어버렸다.


2.

장맛비 소식에 평소라면 예약을 꿈도 꿀 수 없던 캠핑장이 텅텅 비어있었다. 병원에서도 직장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니 어제는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캠핑을 했다. 그러다 오후부터 시작된 비가 간밤에는 태풍처럼 무섭게 불어와 집으로 도망쳐왔다. 아무렇게나 말아 트렁크에 던져놓았던 텐트와 타프를 펼쳐 말리면서 잠깐 보았는데, 텐트 폴이 군데군데 꺾여있었고 몇 군데 봉제선 끝마디가 금방이라도 뜯어질 듯 벌려져 있었다. 속옷까지 다 젖어가며 전전긍긍했던 하룻 밤 사이에 몇 년이나 아껴가며 쓴 장비들을 못 쓰게 되어버렸으니 착잡한 마음이 들 법도 한데 은근히 평온하다. 여기저기서 흘러들어와 고여있던 원망들이 비바람 따라 시원하게 씻겨 나간 것만 같았다. 이러나저러나 오늘을 마지막으로 나는 얼마간 겨울잠을 자듯 멈춰버릴 것이다. 살기위해 잠시 멈춘다 생각하니 휴가를 받기라도 한 듯 마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Ho


2021년 7월 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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