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삼백 아흔 여섯 번째 주제
나는 벌써 4년째 운전 중이다.
아직도 여전히
연석이 높고 통로가 좁은
지하주차장을 두려워하고,
칼치기는 엄두도 못내는
쫄보 운전자 이지만,
이따금씩 시원하게 앞질러가는
상상속의 나를 그려보곤 한다.
나는 태생이 겁쟁이인지라
익스트림스포츠 같은 큰 도전말고도
사소한 움직임에도 겁부터 낸다.
특히나 운전은 더욱 그렇다.
얼마전 바퀴 이상 신호인 TPMS경고등이 떴는데
심장이 벌렁댔다.
사소한 문제였지만
그 순간 내내 나는 바퀴가 튕겨져 나가는
어마무시한 상상 속에 몸부림쳤다.
그리고는 주차 후에 바퀴를 조금 살피다 가는 버릇이 생겼는데
아직까지 잘 살아있다.
그래도 여전히 바퀴가 잘 돌아가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하하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겁쟁이 중 하나다.
-Ram
1.
바퀴가 닳진 않았는지, 연결고리가 느슨해지진 않았는지, 수명이 다하진 않았는지 등 바퀴의 상태는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굴러가고 있어서 만족하는 사람 같다. 어떤 바퀴든 굴러가긴 하겠지. 동그랗게 생겼으니. 한 가닥, 한 가닥 섬세함의 차이가 수레의 미래를 결정한다.
2.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는 법이니까. 잠시나마 놓았던 마음을 다시 채비해본다. 잊고 있었다. 절대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걸.
-Hee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무엇을 할지 정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바퀴를 얹어두었다고 해서 하나의 제품이 되는게 아니라 최소한 바퀴 위에 판때기라도 있어야 굴러가는 스케이트보드라도 되는거잖아요"
"???"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부터였다. 공부만 한 친구들. 이렇게 하면 시장에서 성공하더라는 '카더라'에 근거하고 있는 논리, 아니 애초에 우리 제품의 MVP는 이미 구현되어있고 지금 우리가 하는건 제품을 만드는게 아닌 기능을 추가하는 상황이었지만 그걸 하나하나 다 따질 상황은 아니었다.
경험도 이해도 낮은 상태에서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하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
헤쳐나가야 할 길이 멀다.
-Cheol
트럭 뒷바퀴는 타이어가 좌우 각각 두 개씩 달려있다. 그래서 트럭은 뜨거운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다 터져버린 타이어 조각이 나뒹굴어 사고를 유발하는데도 남은 한 쪽 타이어를 굴리며 계속 달릴 수 있다. 트럭 뒤를 따라가던 차가 갑자기 날아오는 타이어 조각을 피하려다 내 차를 치고, 내가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추었을 때 트럭은 이미 보이지도 않을 만큼 멀어져있었다. 다행이라면 경찰에 연락해 트럭 주인을 찾아내야 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휴가 계획을 몽땅 망쳐버린 와중에 위안거리로 삼을 만한 일은 그런 사실 하나가 전부였다.
차라리 운전하는 방법을 몰랐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몇 번이나 생각한 적이 있다. 몇 번인가 사고를 내고 사고를 당하면서 운전은 무서운 일이 되었다. 차를 팔아버리고 다시 뚜벅이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바퀴가 굴러가는 중에는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십여 년 전 처음 면허학원에서 수동조작 차량 운전을 배울 때 들었던 말들 중에 유일하게 기억에 남은 한 마디는 지루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동안에는 죽 뇌리에 깊이 남을 것이고 나는 늘상 불안해 하면서도 운전을 쉽사리 그만 둘 수 없을 것이다.
-Ho
2021년 8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