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스물 세 번째 주제
어릴 때부터 주전부리를 좋아하던
나를 위해서 우리 집엔 항상 과자박스가 채워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 위주로, 채우다가도 간혹 난감한 것들이 섞이곤 했다.
야채크래커
(지금은 좋아한다),
크라운산도 하얀색
(지금은 좋아한다),
그리고
웨하스 였다.
(이것도 지금은 좋아한다)
입맛이란 게 얼마나 우스운가!
사실 알고보니 이런 과자들은 아빠가 자주 드시던 것들이었다.
어릴 때의 나는 집안의 중심이 곧 "나"라는 오만한 세상에 살았는데
아빠를 위해 과자박스를 채워야한다는 전제가 아예 없었다. 아빠는 어른이니까.
어느 날, 아빠가 파란 비닐포장지를 뜯고 웨하스를 드시는 모습이 이질적이면서도 현실감이 들었다. 어른이지만 과자를 먹는다는 것이 그때엔 조금 묘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빠랑 술잔을 같이 기울일 나이가 되고 나니, 아빠도 비슷한 말을 했다.
네가 벌써 커서 나랑 술을 먹다니-
와 같은 말을 들으니 어떤 성장의 단계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
어른과 아이는 칼로 베어 자르듯
다른 단계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에게 어른의 모습이 조금 묻어나고, 아빠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여러 아이의 모습에서, 묘한 동질감이 생기곤 한다.
우리는 계속 그런 모습들을 가졌다가, 잃었다가 하면서 어떠한 어른의 형태로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
문득 까먹는 고급 웨하스에서
별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Ram
예전엔 집에 과자나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순식간에 사라졌는데, 이제는 사 놓는 사람들은 많은데 먹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과자 창고라고 불리는 집 선반 안엔 과자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여기에 내가 말레이시아에서 사 온 과자들까지 얹어버리니 더욱 꽉 찰 수밖에. 온갖 과자들 중 가장 많이 보이는 새우깡 블랙은 동생이 좋아해서 한 박스 사다 둔 과자였고, 한두 줄 먹고 접어둔 듯 보이는 웨하스는 엄마의 간식, 그리고 과거엔 다이제스트를 좋아했지만 이젠 얇은 하비스트가 좋다는 아빠의 과자까지. 여기에 동생이 오래 전부터 좋아해온 양파링을 빼 놓을 순 없다. 내 취향은 빈츠, 빼빼로, 칸쵸 등 초코렛이 들어있는 과자. 우리 가족의 취향차이. 그런데 요즘 아빠가 내 취향 중 하나인 브이콘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아빠.
-Hee
개인 사정으로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즐거울 일보다 실망할 가능성이 높거든. 웨하스도 그렇다. 나는 맛을 알지만 그것을 알게 된 과정과 알고 있는 맛이 그렇다. 그렇지만 도전을 그칠 순 없다. 세상엔 싫을 것이 더 많지만 알게 됐을 때 감사할 것들이 있을테니까.
-소고
2022년 2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