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스물 네 번째 주제
생각하면 시리도록 아픈
어떤 기억이었다.
돌밭을 구르는 것 같은 느낌,
시큰한 마음이
자꾸만 나를 옥죄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것들이
너와의 기억을 들추면
생각나는 것이었다.
우리의 시간을 떠올리면
그래도 분홍빛 선홍빛
어디즈음엔가 있겠지만,
그때에 나는 왜 그렇게도
널 미워하고, 아꼈는지 모르겠다.
얼마전
네 근황을 들었을 때에도,
너를 꿈에서 왕왕 만날 때에도,
나는 그때의 우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나보다.
네가 너무도 두려웠고,
그보다 더 좋아했고,
그리고 그것보다 더 아팠다.
아마 넌 평생을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으면서
시린 잇자국을 내겠지.
그래도 나는 널
봄에도, 가을에도 떠올릴 수 밖에.
시리도록 아프게
너를 아꼈던
바보같았던
기억을 말야.
-Ram
떠올리다 보면 결국 마지막엔 실소를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소를 짓다가도 어느 순간엔 내가 잘 못 산 건가 싶은 조바심이 들긴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난 그렇게 할 거고,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
-Hee
설 연휴에 지영과 원주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어딘가 모자란 사람같이 굴었었다. 계속 신이 나서 원주에서 살았던 몇 년 간의 추억들을 하루 만에 몽땅 다 보여주려는 듯 조급하게 이곳저곳 바쁘게 돌아다녔고 자주 추억에 잠겨 지영은 공감하기 힘든 시간을 혼자서만 즐겼었다. 들떠서 주체할 줄 모르는 어린이를 돌보는 일처럼 피곤한 게 없다던데, 그날 지영은 분명 힘에 부쳤을 텐데도 달리 티 내지 않고 같이 즐거워해주려던 마음이 퍽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좋은 곳이 한참 더 많은데 다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고 했더니 지영은 추억할 도시가 많다는 게 참 부럽다고 했다.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삶이 안정된 다음에 보면 기꺼운 일이긴 했지만 자주 이사를 하고 매번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하는 일은 괴로워서 싫어했다. 그런데도 이곳저곳 많이도 쌓인 추억을 공유해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꽤 괜찮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Ho
요즘엔 여유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한다. 그것들은 지금 해야할 일이며, 지금 해야 할 일들은 실은 필요 없는 일들이 구성되어 있을 테지. 모르지. 또 우리 삶을 의미 있을 것들로 채우면 또 얼마나 재미 없을지.
-소고
2022년 2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