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스물 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나는 굳이 고르라면

귀가 얇고,

쉽게 흔들리는 쪽이다.


무엇이든 확실하지 못해서

사람들의 말에

많이 흔들린다.


음식점을 고를 때에

그래서 꼭 리뷰를 보게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조언을 찾을 수 있다면,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너무 쉽게 흔들리며

살아온 건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Ram


내 구글 지도엔 징그러울 정도로 핀이 콕콕 박혀있는 곳이 많다. 미국의 뉴욕, 브루클린, 워싱턴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랑 프탈링자야, 그 외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과 제주도 같은 휴양지와 멋진 장소들. 이렇게 수백 개의 핀이 꽂혀있는 곳 중 내가 구글에 리뷰 쓴 곳은 단 두 곳.


둘 중 한 곳은 프탈링자야의 한 쇼핑몰에 있는 'Two Sons Bistro'라는 레스토랑인데, 사실 쇼핑몰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라서 아무 기대 없이 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강한 인상을 받아서 리뷰를 썼다. 사람들이 꽉찬 테이블을 지나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아서 메뉴를 주문하고 나면 키친에서 크림 향과 버터 향, 그리고 각종 향이 뒤섞여 솔솔 풍겨왔다. 이 향은 한국의 어느 겨울, 그것도 크리스마스 즈음 데이트를 하러 나와서 꽤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기다릴때 맡았던 그 향과 거의 흡사했다. 게다가 'Two Sons Bistro'에선 분위기에 알맞은 스탠다드재즈까지 틀어놓은 덕분에 내 마음 굳히기를 완벽하게 해냈다. 이 정도면 분위기로 먹고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으니 주문한 파스타와 홍합요리가 나왔다. 아, 이 홍합요리는 샤로수길 갈 때마다 제일 좋아해서 항상 들렀던 '프랑스홍합집'의 그 맛이었고! 알리오올리오는 면이 알덴테 상태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완벽한 레스토랑이 있었다니!! 이 곳이 최고인 것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당시 그 쇼핑몰이 락다운 풀린 직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을 때라 쇼핑몰이 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여기엔 당연히 'Two Sons Bistro'도 윈윈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구글 리뷰를 처음으로 써봤다. 당시 찍은 사진 두 장과 함께 유창하지 않은 짧은 나만의 영어로 쓴 리뷰는 구글에서 정한 조회 수 마일스톤을 돌파할때마다 메일로 친절히 알려주었다. 처음엔 몇백 명이 봤다고 메일이 오더니, 천 명이 넘게 봤다는 메일, 2천 명이 넘게 봤다는 메일이 왔고 어느새 6천 명 넘게 본 리뷰가 되어 있었다.


구글 리뷰에 정성스럽게 적은 또 하나의 레스토랑은 Super Kitchen Chilli Pan Mee라는 곳이다. 현재 살고 있는 콘도 주변에서 찾은 보물 같은 식당이다. 새 콘도에 이사 온 직후 콘도 주변에 있는 괜찮은 식당은 꼭 내가 다 가 보고 싶다는 의지에서 시작 된 구글링 중 이 판미집을 찾아냈고, 구글맵 별점은 4개도 안됐지만 괜히 그 생김새에 끌려서 찾아가 봤다. 평일 오전에 가서 그런지 판미집은 손님도 없이 썰렁했다. 벽에 잔뜩 붙어있는 판미종류를 둘러보며 가장 기본 판미를 시켜봤다. 아직 판미에 대해선 많이 아는 게 없지만 각 판미를 파는 식당마다 서로의 양념이 조금씩 다르고, 면의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어 이 판미집의 면이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두껍고 탱탱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판미가 나오면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는 칠리로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호도 확실히 챙겼다. 가격 대비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고, 같이 먹으라고 나오는 Fishball Soup도 간이 짜지 않아서(보통 이럴떄 나오는 Soup은 간이 짜서 한 입 먹고 말았다) 매콤한 판미와 잘 어울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도 은근 한국인들이 많다고 들어서 이번엔 리뷰를 한국어로 적었다. 이 지역에 사는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 판미를 꼭 먹어봤으면 하는 마음에! Two Sons Bistro도, Super Kitchen Chilli Pan Mee도 모두 체인점이라 지점마다 맛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두 곳 모두 나의 말레이시아 맛집이 되었다.



-Hee


1.

마르스 광장

공원

Paris


⭐️⭐️⭐️⭐️ 2년 전


밤에 가서 에펠탑의 반짝이는 조명을 보실 거라면 미리부터 드실 술을 사두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밤 시간에는 까르푸 술장고가 잠겨버리거든요. 흑인 이민자들이 버킷에 싸구려 와인과 맥주를 담아 돌아다니면서 팔긴 하지만 이왕 마시는 거 더 맛있는 것을 마시면 좋겠죠.


한번은 미리 사간 술과 자정 즈음 흑인들이 팔다가 남은 술을 떨이로 사서 마시며 메트로 첫 차 시간까지 놀다가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잔뜩 취한 새벽에 굳이 숙소까지 킥보드를 타고 가서 기타를 가져와 노래하던 음대생, 불어학과를 막 졸업하고 와서 원어민과의 스몰 토킹에 환장하던 동갑 여자애, K pop을 틀어놓고 밤새 춤을 추던 집시들. 갑작스레 터져 나오는 스프링클러에 온몸이젖어가면서도 굳이 자리를 피하지 않고 노래를 하며 지샌 여름밤의 기억이 저에게는 한 해의 가장 선명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새벽에 대마초를 팔려고 돌아다니는 노숙자들을 주의하시고 언제 작동할지 모르는 스프링클러를 조심하세요. 술 취한 사람들이 구석구석 노상방뇨를 많이 하는 곳입니다. 저라면 구석진 곳에 절대로 그냥 털썩 앉지는 못할 정도로 많이요. 그럼에도 파리의 낭만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반드시 한 번은 방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간단한 술과 간식을 챙겨 망중한을 즐겨보세요. 낮에 와서 공원을 걸어도 좋고 밤의 자유로움을 즐겨도 좋습니다. 여행에서 휴식은 필수 요소니까요.


다소 지나친 자유로움을 이유로 별 한 개는 뺐습니다.


2.

언젠가 남긴 구글맵 리뷰. 장점보다 단점을 지나치게 잘 보는 편이라 써놓은 리뷰들을 보면 불쾌할 정도로 부정적인 내용들뿐인데 어째선지 조회수는 꾸준히 오른다. 그중에 유일하게 좋은 별점(4점 이상)을 준 장소가 두 곳 있는데 하나는 엄마 아빠의 식당이고 다른 하나는 프랑스 여행 중에 들렸던 공원이다. 리뷰의 조회 수가 얼마를 넘겼다는 메일을 보며 한동안 잊고 지냈던 기억을 끄집어냈더니 신혼여행마저도 해외로는 가지 못하는 현실이 못마땅해 괜한 심술이 난다.



-Ho


스스로 평가에 박하다고 말하고 다닌다. 실제로도 별점을 잘 남기는 편이 아닌 것 같다. 배달 어플리케이션, 숙박 어플리케이션에 2,000여 개의 리뷰가 남아 있는 걸 보면 놀랍다. '서비스'란 미명 아래 리뷰를 요청하는 경우도 반갑지 않다. 차라리 돈으로 환원해서 바꿔주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전자는 과잉 친절을 받은 것 같아서 싫고, 후자는 내 몇 글자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 같아서.

뭐 디지털로 된 글자 몇 자 가지고 이렇게 빡빡하게 구나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막상 리뷰를 하려고 들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명색이 글 좀 쓴 사람인지라 한 자 쓰기 시작하면 100자 까지는 순식간이지만 그 한 자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조금 더 속내를 내비치자면 나는 재화를 교환하는 순간 프로페셔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가 단 돈 7,000원을 들고 가서 햄버거를 바꿔먹는 순간(오늘 저녁이다)은 햄버거 '프로'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것은 반대로 나의 직업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내가 재화로 엮인 계약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스스로 프로 의식을 갖는다. 요즘엔 무엇이든 가볍게 직업인 듯 놀이인 듯 하며 돈을 버는 사람도 많이 있다지만 내 마음 길일랑은 그렇게 쉽게 길이 나 있지 않아 구불구불 단계가 많다.

이렇게 나란 사람은 직업과 재화의 교환 관계를 깊이 꼬아 생각하고 있다. 이런 마음일진대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들에 대한 감상평이 쉬이 나올리 없다. 비싸고 맛있으며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쓴 식당엘 가면 '그래, 이 정도 금액이면 이 정도 값어치는 해야지'하거나, 운송 수단으로 택시를 이용하고 아무런 하자가 없으면 '본분을 다 했군' 하며 태연하게 다음 삶을 사는 것이다.



-소고


2022년 2월 2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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