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예순 두 번째 주제
우리는 각자
체면의 테두리에서 살아간다.
장녀로서의 체면,
친구로서의 체면,
사원으로서의 체면 같은 것들.
이러나 저러나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행동들이라는 것이다.
부모님 선물을 챙기는 것,
만날 날을 기약하는 것,
안부전화를 하는 것들 말이다.
나의 모습이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길 바라는
무던히도 노력한
나.
그런 것이다.
구겨지지 않고
나의 체면은 단단히도
길러져 왔을까?
나로서의 체면을
잘 지켜온 것이 맞을까?
끝없는 자문자답으로
테두리를 두드려본다.
-Ram
이제 와서 체면 차릴 건 또 뭐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들도 많이 보여주고, 뭐 심지어 꽈당 넘어지는 것도 보여줬는데.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아닌 체, 모르는 체, 알고 싶지 않은 체 하나.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제일 신경 쓰이고, 몰래 들여다보는데. 뭐가 그렇게 궁금하다고. 난 그때 그렇게 마음들도 접힌 줄 알았는데. 나도, 너도. 내 착각인가.
-Hee
똑같이 먹고도 돈을 더 내고 싶은 마음은 후배들을 위한 게 아니라 체면치레를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술자리 한 번에 한 달 용돈 1/3을 허투루 쓰고도 쉬이 만족해버리는 내 허영심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술 한 번 얻어먹으면 다음에 술 한 번은 갚아줘야 하는데 선배들은 한사코 거절만 했었다. 나보다 월급이 더 많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막상 사줘야 할 입장이 되니 후달리는 지갑사정에 손이 떨린다. 이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든다. 체면이란 게 돈 몇 푼 더 쓴다고 세워지는 것이었던가. 마음에도 없는 겉치레로 득 될 것은 무엇인가. 그러다 평수가 작아 나 한 사람 누우면 발 디딜 곳도 없이 좁은내 마음을 탓하게 된다. 소시민에게 언제부터 체면 차릴 사정이 있었던가 싶지만, 그래도 위에서 받은 만큼은 아래로 돌려줘야겠단 마음에 또 지갑을 털어본다.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위안하며.
-Ho
"아무리 잘못했어도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어떨때 분노하는가 공감할 준비가 되면 이 말의 의미가 닿기 시작하는 것 같다.
-소고
2022년 11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