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예순 세 번째 주제
명상을 해본적이 있었나?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느낌이 드는 공간에서
물소리나 새소리같은
자연소리에 휩싸여
나를 돌아보는
뭔가 대단한 시간.
내가 아는 명상은 그렇다.
가만히 마음이나 생각을 비워내는
그런 일련의 행위같은 것인데,
나는 명상을 할 만큼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뭔가 요가나 수련같은 걸
해야만 할 것 같달까?
아무튼 명상은 할 계기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잘 할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적당한 핑계가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명상하는 걸
좋아하셨었는데,
화가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좋다고 하셨다.
명상이 대단한 계기는 아니어도
마음을 붙들어줄 바탕 정도는
된다는 걸 이해한다.
그래도 그런 과정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아직은 부담스럽다.
비우기 위한 과정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느껴지곤 한다.
명상은 그래서 어렵게만 느껴진다.
-Ram
내 생애 '명상'이란 단어는 없었다. 명상을 할 생각도 없었고, 명상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명상의 중요성을 눈곱만큼도 몰랐다. 그런 내가 처음으로 명상을 시도해 보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유튜브에서 그냥 명상하는 방법들을 검색해 보니 마음에 드는(=6분 이내의 굉장히 짧은) 영상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아무거나 하나의 영상을 선택한 후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명상을 시작했다. 편하게 앉아서 두 손을 무릎 위에 두고,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기. 들숨날숨에 집중하고, 호흡을 할 때 흉부, 복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느껴보라는 나레이션에 따라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여러 상념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아? 이 상념들은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레이션에서 귀신같이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면서 다른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내가 어떤 생각들이 드는지 한 번 보고,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절로 흘러갈 수 있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순간 메타인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예전에 역시나 유튜브에서 우연히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메타인지 능력이 높다는 콘텐츠를 스치듯 본 적이 있는데, 마치 메타인지처럼 약간 명상할 때 드는 생각들을 한 단계 더 위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감정과 기분들을 잠시 멈춤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상에서 어떤 일 또는 사람을 겪고 감정이 주최되지 못할 정도로 화가 날 때 잠시 화장실에 가서 5분간 명상을 하고 나오면 조금은 괜찮겠다는 생각도. 이런 명상을 다양하게 응용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나처럼 명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명상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Hee
장작불이 일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창밖의 폭풍우를 감상하는 일.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가 깨지는 소리를 듣는 일. 긴 거리를 오래도록 달리는 일. 고양이를 관찰하는 일. 비에 젖어 힘없이 내려앉는 낙엽에 속시끄러운 마음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는 일. 자려고 누운 채 들숨의 경로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일. 이런 일들이야말로 내게는 명상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자세로 가만히 눈을 감고 하는 명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말이다. 사실 그런 명상이 어떤 것인지는 영영 몰라도 괜찮을 것 같은 마음이다.
-Ho
눈을 감고 무엇을 상상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고도의 지적활동을 위한 연습이다.
상상이 그 첫 단계라면 시뮬레이션은 그 다음단계이며, 인과관계를 상정한 상호작용은 마지막 단계이다.
나는 명상이 이것을 할 수 있는 백지상태를 만드는 훈련으로써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익숙한 사람은 좋은 상상력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다. 비슷한 결과인 듯 보이지만 한 번 더 돌아보게 하는 무엇을.
-소고
2022년 11월 2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