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예순 여덟 번째 주제
일상 속에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
예고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것들.
그런 걸 재난이라고 부른다.
네게도 내게도
그 어떤 싫어하는 것보다
더 큰 상실감을 맛보는 순간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상실할 순간은
매 순간 찾아든다.
가장 기쁜 때에도,
이보다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없을 때에도 말이다.
눈밭을 구르는 순간에도,
장대비가 쏟아져도
아무렇지 않게 바퀴는 구른다.
그러다 날아든
깃털같은 바람에 망가지고 마는 것
그렇게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잃고 또 잊는 그런 걸
재난이라 부르나보다.
-Ram
그 사람의 요청을 승낙할 때부터 이미 재난의 시작이었다. 내 입장에서 합리적이지 않고, 빤히 눈앞에서 벌어진, 절대 스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과정들을 흐린 눈으로 보지 않고 단번에 알아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거진 10개월 동안 내게 일어난 사건들과 만남들은 나 자신을 야금야금 갉아먹었고, 관계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게 했다. 내 인생의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시간들. 더 늦지 않게 유해한 환경에서 빠져나온 결정을 한 나를 다시금 돌이켜보면 올해 최고의 결정이었고, 그동안 어떻게 버텼나 싶다.
-Hee
추자도에 고립된 지 3일째 오후. 폭설로 원주발 제주행 항공편이 결항된 뒤 김포, 제주를 거쳐 추자도에 입도하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며칠째 높은 파도에 배는 번번이 결항됐고 눈 역시 끔찍하게 많이 내린다. 다행인 사실이 하나 있다면 제주에서 김포로 되돌아갈 항공편 역시 결항됐다는 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만 이러했든 저러했든 집에 돌아갈 방법은 없다는 말.
도로 통행이 통제될 만큼 많은 눈이 내리는 날씨와, 처음 가보는 낯선 섬. 처음에는 이 둘의 조합이 꼭 행운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이제는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 반가울 나이라서. 하지만 거세게 부는 바람은 이내 발가락을 자를 듯 고통스럽게 느껴졌고, 가시거리가 짧고 새하얗기만 한 시야는 단 며칠 만에 끔찍하게 느껴졌다. 배가 결항될지 말지는 미리부터 알 수 있는 게 아니라서 혹시 본섬까지라도 돌아갈 수 있을까 끈질기게 핸드폰을 붙잡고 간절한 마음으로 새로고침을 반복했다.
시간은 무용하게 흘렀고 5일째 오후, 제주도로 돌아가기 전까지 하늘은 끝끝내 남의 편이었다.
-Ho
갈 수록 쉽지 않은듯한 세상이다. 와중에 즐거울 일 많을테지. 다양한 상호작용을 계속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덤덤한듯 무심한 마음들로 때로는 아이처럼 즐기다보면 충분히 즐거운 삶을 살 것 만 같다.
-소고
2022년 12월 2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