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일흔 여섯 번째 주제
애들아,
우리 엄마 기타친다?
우리엄마는 가수도 아니고
직장인도 아니지만
매일 밤 통기타를 연습하고
늘 악보를 공부해
내 나이보다 한참 어릴때에
나를 낳고 길렀던 엄마는
내가 20대가 되고 나서야
하나씩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걸
찾아가기 시작했어
어느날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왔고,
어느 날엔가는 문화해설가가 되었다나.
예쁘게 글 쓰는 캘리그라피도 배우시고
악기를 잡는 법을 2년전엔가
배우기 시작하셨어.
늘 즐겁대.
엄마에게 남아있는 배움의 결핍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엄마는 그걸 하나씩 해내가고 있다는게
세상에서 제일 멋져.
모든 걸 쥐고 있는데도
기타 한 줄 쳐본 적 없는
내 인생을 불평하던 날들이
머쓱해지도록
우리 엄마의 삶은
여전히 치열하고, 따스하고
또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나봐.
애들아 우리엄마
기타 친다?
진짜 멋지지.
-Ram
이젠 어른이라며 괜히 고개를 쳐들고 다녔던 그때,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옷을 입고 다니는 남자가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별로라고 생각했던 주변 사람들이 온갖 멋이란 멋은 다 부리고 다니는 걸 보니, 그 꼴에 질려버리게 되자 무채색 맨투맨에 투박한 백팩, 여기에 캡모자가 잘 어울리는 남자가 끌렸다. 또다시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덜렁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 매고 자기가 만든 곡을 담백하게 부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남자를 그때 처음 봤다. 당시 내 주변에는 '내 생각'은 없고, 항상 남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유행을 좇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사람은 '내 이야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이야기했다. 심지어 시대의 트렌드, 멋진 핏이 나오는 체격과 큰 키와는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어 보이는 무심한 듯한 베이직 패션에 그냥 쪼리만 신고 다녔는데도 그게 그냥 흘러가는 세상과는 다르게 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지라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노래도 좋았다. 다시 들어도 좋았(었)을 노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의 세계는 그들만의 세계와 다름없었다. 주변인들 모두 기타를 들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었고, 모두 자기 주관을 가지고 대부분 무언가를 비판했다. 늘 다니던 길목에서만 밥을 먹고, 커피나 술을 먹기도 하고, 노래를 불렀다. 겉으론 지금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아무 걱정과 근심, 욕심 따위는 없어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생계와 현실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었고, 자신(들)을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규정지으면서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짱짱한 기타 선율에 나긋한 사랑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그 후 그와 함께 있었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흩어졌고 나 역시 그와 꾸준한 관계를 이어가지 않음과 동시에 그의 기타 선율을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Hee
AC/DC - back in black은 40년도 더 전에 발매됐지만 언제까지나 현역이다. 미친 듯한 기타 리프에 주기적으로 갇혀버린다. 그러면 최소 며칠은 정신 못 차리게 된다. 리듬을 따라 고개를 흔들 때마다 쓸데없는 생각이 싹 다 털려나간다. 즉석적인 고양감에 빠져버린다. 정신이 부분적으로 마취된 듯 생각의 체계가 무너진다. 듣는 행위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없게 되기도 한다. 그 순간이 지나면 정신의 외곽선을 허물고 한 단계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것만 같은 기분. 말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Ho
음악은 영혼의 울림이었다.
그는 기타를 가장 좋아했다. 다양하고 세련된 모양과 6개의 줄로 이루어진 놀라운 악기. 줄을 건드리며 줄의 진동과 감각을 느낀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길때까지, 지문이 달때까지 기타를 연주한다.
더 이상 머릿속에 음악의 기운만 남아있을때까지 연주하고 또 연주했다. 그러다보면, 기타는 귀과 손뿐만이 아니라 마음에 들렸다. 때로는 강렬하면서도, 때로는 부드러웠다. 어느날은 미친듯이 신나고, 어느날은 기타와 물아일체가 되었다.
마음과 기타가 동기화되는 과정의 일부였다.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있어?"
기타에 붕떠있는 그를 현실로 추락시킨건 한 친구의 말이었다.
"기타는 기타지. 음악은 음악이지."
"윽…."
친구는 기타를 빌려 치기 시작했다.
순수하고 맑은 소리였다. 군더더기 없는, 쓸데없는 화려함이 없는, 기타 그 자체였다.
그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친구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음악이 영혼을 울렸다.
-Om
2023년 2월 19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