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도란도란 프로젝트 - 사백 일흔 일곱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인생에 여러가지 일이 생길수록

사람의 시야가 알록달록해지나보다


덧없는 시간은 쉽게 지나가고

고통의 순간은 지독히도

끝날기미가 안보인다.


어떤 것도 어떤 일도

사실 별 것 아닌 것들인데

막상 들여다보면

얼룩덜룩한 것들이 덕지덕지

뭍어있을 뿐이다.


그런 일들을 지나오다보면

자꾸 색안경을 끼듯이

나 자체로 엉망인 사람이 되고 만다.


덤덤하게 마주하기,

도망치지 않고 인내하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이런 단단한 것들이 내겐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이리저리 쉽게 흔들리고,

쉽게 섞인다.


무어라 표현할 수 없고

어영부영 살아온 나는

대충 알록달록한 사람이다.



-Ram


쨍하고 선명한 색들의 옷과 슈즈를 다양하게 조합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똑같이 입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Viktoriia Bogodist와 Olivia&Alice 자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동남아시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록빛의 야자수를 노란색, 빨간색, 흰색, 분홍색, 군청색, 회보라색, 담자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구경만해도 재밌어지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Atelier Biagetti, 구수한 말투로 마치 구황작물 빛깔을 좋아할 것만 같았던, 하지만 굉장히 세련된 감각과 과감한 색, 그리고 자신감으로 가득 찬 디테일함을 갖추고 런칭해 자연스럽게 모든 제품들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믿음직스러운 유튜버 원지의 hlllo, 커다란 캔버스를 빼곡하게 채운 붉은 장미, 잔디, 야생화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내 마음이 꽉 차게 느껴지는 허보리 작가의 작품들. 시선을 사로잡는 색상들의 역동감 있는 조화로 계속 보고 있으면 마음이 쿵쿵 뛰는 전다래 작가의 작품들. 요즘 내게 생동감을 주는 매개체들.



-Hee


올해 추석 여행 계획을 연초에 이미 세우고 곧바로 항공권 예매도 끝마쳤다. 내가 코로나 이전의 항공권 가격을 떠올리다가 이내 마음을 접고 있을 즈음 지영이 과감하게 결제를 끝마쳤다. 여행이야말로 그녀의 종교이자 신앙이라는 말을 사귀면서 몇 번인가 들은 적 있었다. 그땐 나도 여행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우리가 서로 잘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는데, 믿음을 직접 실천하는 그녀의 확신 앞에서 나는 여태 사짜였음을 깨닫는다. 둘이 합쳐 260만 원이던 항공권이 지금은 인당 26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눈 돌아간 지영을 두어 번쯤 말리다가 끝끝내 막아서진 않았던 나에게도 아직은 속죄의 기회가 남아있을 것이다.


구글 지도에 다시 색색의 핀이 꽂히고 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빨간색 하트. 관광지는 초록색 깃발. 반드시 먹어봐야 할 식당은 노란색 별. 우리 둘의 욕심이 이탈리아 지도 위를 빠르게 뒤덮어가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채가 아름다운 게 필히 독음 품었음을 암시하지만, 믿음으로 나아가리라.



-Ho


그녀는 화가였다.

색깔에 대한 편견 같은건 없었다.

그녀는 모든 색깔을 좋아했고, 다채롭고 알록달록한 것들을 특히나 좋아했다.


그녀에게 색깔은 사랑과 다름없었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그녀의 마음 한켠을 채워주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검정 등등…

수십개의 색깔로 그녀의 마음을 매일매일 채워갔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자신의 최고이자, 최후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무질서하게 칠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은 몹시 예술적으로 보였다.


[알록달록 - 작가: 미상]



-Om


2023년 2월 2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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