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사백 일흔 여덟 번째 주제
부서지기 쉬운 것,
작은 충격에도 깨어지기 쉬운 것.
그게 마음인지
믿음인지 사랑인지 뭐든,
그냥 내게 소중했던
무엇이든.
중요한 건
깨질법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기다림도,
눈 먼채로 지나온 시간도,
하나 뿐인 줄 알았던 마음도,
이렇게 쉽게 깨뜨려진다.
누구의 잘못이라 할 수 있겠냐만은,
그냥 그 때에 우리가 조금 더
가까웠고,
서로를 더 원했으며,
깨어질 것들을 두려워하지 못하였던 죄가 있다.
마음은 죄가 없으나
조심하지 못한 껍데기에는 죄가 붙는다.
조심해야 했으나
그렇지 못한 표면은 깨진다.
취급주의 종이 한 장으로 경고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아픈 일도, 덧없는 공허함도
필요도 없었을 것을.
-Ram
해묵은 취급 주의 표시들을 하나씩 떼어내는 중.
무슨 이유로 타인은 커녕 나조차도 손대지 못하게 했을까.
바꿀 필요가 있다.
바뀌어야 한다.
-Hee
손을 들고 먼저 죽고 싶은 하루가 있는가 하면 드물지만 오래도록 살아보고 싶다 생각하게 되는 하루도 있다. 그런 하루를 보낸 다음을 유달리 주의해야 한다. 그제와 어제처럼 흐리멍덩하게 넘어가며 공백을 남긴 날들과 달리, 유난히 잘 지내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란 미약한 희망을 다시 품은 하루가 깨져나갈 때 비로소 완전하게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오늘, 생일을 속초에서 유난히 잘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정적인 감정이 기생할 수 없는, 전에 본 적 없이 낯선 내면의 상태에 높이 들떠있다. 이 상기된 마음이 팍 꺾여버리지 않게, 적당히 소침하고 적당히 뭉툭한 평소의 상태로 충격 없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당분간 조심할 필요를 느낀다.
-Ho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주는 휴재입니다.
-Om
2023년 3월 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