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마흔 번째 주제
나는 심장이 콩닥대는 느낌이 싫다.
아릿한 그 느낌이
저릿저릿해서 싫다.
언제고 그런감정을 느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감정이 우선이던 때에
그랬던 것 같다.
회사라던가, 일이라던가
그런 것 없이 오롯이
내 감정이 우선이 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감정을
풍부하게 만끽할 때,
그때 심장이 아리도록 시큰하게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떠올리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다.
손에 꼽아보면
너를 그려볼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심장에서
너를 담아두고 꺼내보고
상처받고 넣어두었다가
이내 또 꺼내보고야 만다.
나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Ram
1.
비현실적인 골목길을 지나 그 야경을 보았을 때 심장이 그렇게 뛰던 장소가 있다.
5년이 지나도 그 곳을 넘어설 곳이 없었는데.
난 그 곳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2.
택시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
그렇다고 이런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유의 성격으로 인해 커다란 유리문을 힘차게 당겼고
함박 웃음을 하며 날 맞이하는 그 누군가들을 내 나름대로 반겼다.
그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내 지난 면접을 생각하면서.
3.
툭하면 만원인 전철에서 쓰러졌을 때가 있었다.
어떤 날엔 겨우 내리는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바깥으로 쓰러졌는데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진다는 사실을 아는 내 무의식이
날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의자에만 옮겨달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전철역 의자에서 조금 누워있다가 일어나서 곧바로 학교가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혈압을 쟀고, 심전도 검사를 했다.
혈압이 낮았지만, 의사 소견으론 부정맥 증상은 아닌 것 같다고.
그냥 저혈압이 이유라고.
예방도 할 수 없고, 치료도 할 수 없고,
그저 내가 조심해야 하는 그런 것이라고 하길래
난 고칠 수 없는 이 증상에 대해 화가 났다.
-Hee
심장을 영원히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일은 없을까. 나는 늘 무언가에 가슴 뛰게 설렜고, 깊이 빠져들어 열정을 불태우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꼭 시들시들해져서 멀어지곤 했다. 무엇에도 싫증을 잘 느끼는 내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무엇에든 익숙해지고야 마는 인간의 타고난 성질 탓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괜찮았다.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찾아가면 그만이고 시들해져서 거리감을 두었다가 오랜만에 마주했을 때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들이 더러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Ho
요즘 심장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데
심장은 24시간 쉬지 않는 장기라고 한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던, 어떤 고민이 있던 쉼 없이 피를 펌프질 해주는 심장이 내 몸 안에 있다 생각하면 왠지 모를 위로가 된다.
쿵쿵쿵쿵..
언제나 내 생각만 하고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내 심장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이 심장도 멈추는 날이 올테지.
언제나 그 자리에 그곳에서 자기할 일을 하는 모든 것들은 위로를 준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인이
2024년 5월 12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