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아홉 번째 주제
오래된 습관,
최근에 생긴 습관,
여러 가지가 나에게서
생겨난다.
불안하거나 생각이 없어질 때면
입술을 물어 뜯는 오랜습관,
눈 수술 후 알량한 빛에
게슴츠레 뜨는 버릇
소리내어 웃을 때면
하하하 소리가 나는 습관,
운전하는 습관,
주차하는 습관,
빨래하는 습관 등등
모든 것이 나에게 녹는다.
어떤 습관이 있는지가
나를 이루는 그릇이 되니까,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멀끔한 습관만 갖기에
내가 제법 게으르다.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고
조금 게으르면서도
그럴듯한 반쪽 어른 습관도
가진
오묘한 30대의 나.
-Ram
하루는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내게 정우가 말했다.
'짜증을 내는 건 습관이야. 욕을 하는 것도 습관이고,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이야.'
당연히 내겐 그 당시 짜증 나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짜증을 내진 않을 테니까.
'아니, 어떻게 이 일이 짜증이 안 나? 어떻게 짜증이 안 날 수가 있어?'
답답해진 나는 다시 물었다.
'이런 일에 짜증 자체가 나지 않아야 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일 아니니까. 그냥 그래도 괜찮고, 저러면 또 어때.'
생각해 보면 정우는 사소한 것에 정말 짜증을 내지 않는다. 욕 한 마디 한 적도 없다.
그도 사람인데, 짜증 나는 일이 분명 인생에 있을 텐데. 있었을 텐데. 그래도 본인이 말한 대로 그렇게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봐온 나는 정우의 말을 새겨들을 수밖에.
덕분에 나는 인생을 이전보다 더 평온하게 살아가고 있다.
-Hee
저는 요즘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습관이 사라지고 있어요.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고. 일상성의 위대함을 되새겼던 게 바로 얼마 전인데, 현대인의 평범하고 불행한 일상으로 완벽히 되돌아왔다고 할까요. 소설책에 빠져 운동을 며칠이나 쉬고, 졸리면 그냥 자고, 배가 고프면 아무거나 먹고. 제가 성실했던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 봤는데 그건 아마 전생의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니까요. 행복은 습관이라던가. 그래서 불행 역시도 습관일 수 있겠어요.
어째서 늘 부정적인 습관이야말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익숙해지는지, 생각해보면 좀 분하고 억울한 일이 아닌가요? 그래도 사실 큰 걱정은 없어요. 제가 대단히 성실하게 살아오지는 않았다지만 대단히 게으르게 살았던 적도 없는 건 마찬가지더군요. 잠시 그런 시기가 번갈아 가며 돌아오는 거겠죠. 아마 이번 여름의 마지막 더위에 살짝 질렸었나 봐요. 다행히 오늘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어요. 밤 산책을 꼭 나가고 싶을 만큼. 걸으면서 다가오는 계절을 어떻게 즐겨볼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네요. 좋은 밤 좋은 계절 보내시길!
-Ho
어릴 적 손톱을 자주금 물어 뜯었었다.
피가 나고 살이 벗겨질 때까지.
아픈 걸 몰라서 계속 손톱을 물어뜯은 게 아니다.
아픈 걸 참아서라도 손톱이 닳아 없어지는 그 습관을, 그 나쁜 습관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딱 한 번.
중학교 때 친구의 예쁘고 깨끗한 손을 봤다.
아마 네일을 했었나. 할거라고 했나.
내 손톱도 저렇게 예쁘고 깨끗했었는데. 그걸 자각한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물어 뜯은 적이 없다.
그 나쁜 습관이 단박에 사라졌다.
나의 나쁜 습관들은 딱 한 순간이면 됐다.
딱 한 순간의 동기만 있다면 다 끊어낼 수 있었다.
그 동기들이 언제나 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한들,
나쁜 습관들이 아무 후유증이 없던 건 아니다.
차곡차곡 쌓인 습관들은 정신을 차리고 나중이 되어서야 이상을 느끼게 된다.
모든 건 결과가 남는다.
-NOVA
2025년 9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