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예순 한 번째 주제
특별하고 일상적인 것
특별하다는 말은 사전적으로
보통과 구별되게 다른 것을 말한다.
보통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자주 접하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특별하다고 말하곤 한다.
특별한 음식, 특별한 장소, 특별한 사람 ..
모든 특별한 것은 보통의 것과 비교되어야만 한다.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별탈없이 유지될 때에 우리는 특별한 것을 찾아나선다.
세잎클로버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을 때에야
그 것은 비로소 특별한 행운이 된다.
하지만 특별한 것도 이내 곧 시들해지고 만다.
특별한 것은 영원하지도 않고 영원할 수도 없다.
내가 지루하도록 흘러보내는 지금 이 순간, 시간들도
예전엔 정말 바라고 갖고 싶었던 순간이었고
하루 빨리 나의 일상처럼 내게 맞물리기를 소망했었다.
헌데 지금은 더이상 특별할 것 없는 장소와 시간이 되어가고
이제는 일상'이었던’ 과거가 그리워지곤 한다.
특별하다는 건 그렇다.
일상적이고 특별한 것은 왠지 모르게
자꾸 맞물려 돌고 돈다.
우리는 그 안에서 특별함과 특별하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 것이 아닌
특별한 순간이 될 특별하지 않은 지금을 조금 더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Ram
1.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정말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기까지에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 사람이 좋아진다.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이 사람과 손잡고 싶다. 이 사람과 안고 싶다. 이 사람과 같이 자고 싶다. 이 사람도 나를 쳐다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내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나를 특별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들 중간중간에 상대방에 대한 표현이 서툴러 서로 오해가 생기고, 착각도 하고, 울기도 한다.
나는 이만큼을 해줬는데, 왜 이 사람은 모를까? 나는 이렇게 이 사람을 생각하는데, 왜 이 사람은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거지? 나는 하루종일 이 사람 생각뿐인데, 이 사람은 내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때론 상대방을 원망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책하며 자기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아예 생각의 시작 자체부터가 자기 자신을 괴롭힐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일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아함, 사랑함, 특별함의 의미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좋아함, 사랑함, 특별함의 의미가 아예 다를 수 있다.
누군가를 아무리 내 생각의 틀에 빗대어 생각해봤자, 중간에 다른 감정들과 다른 상황들이 여차하면 끼어들고, 나는 나일 수 밖에 없어서, 그토록 알고 싶은 마음을 결국 알지 못할 뿐이다.
타이밍과 운이 좋아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특별하게 생각해도, 서로 하고 있는 말의 의미가 달라 다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면 결국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채 헤어질 수도 있다.
서로에게 맞는 의사소통을 찾고, 서로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고,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함께 이겨낸, 지금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신은 정말 특별한 사람이다.
2.
몸이 약간 고된 어느 날. 현관문을 열어 집에 들어가 구두를 벗고, 동생 방을 지나 거실로 향했는데 엄마가 ‘왔어?'라며 반겨주셨다.
그래서 제대로 엄마를 보지도 않고 '어엉~’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며 내 방으로 일단 들어가려고 하는데 무언가가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어 엄마 쪽을 봤다. 보니, 엄마가 두 손을, 아 정확히 말하면 오른손은 위로 뻗고 왼 손은 오른손 대각선 아래로 뻗으며 함박웃음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스키인쉽~~’.
순간 당황했지만 나도 엄마의 행동에 맞춰주려고 엄마가 뻗은 손을 반대로 뻗어서 엄마를 안았다. 엄마는 나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어깨를 몇번 토닥토닥 해주더니 깔깔대며 웃었다. 나도 웃음이 나서 웃으면서 '엄마 이게 뭐야?'라고 물었더니, 이제 인사할때 스킨쉽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며 고안해낸거라고 하셨다. 스킨쉽과 표현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가족에게 참 좋은 인사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나가려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하던 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스키인쉽~~'이라고 외치며 달려와서 나도 엄마를 안았다.
힝. 그렇지만 엄마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날엔 '스키인쉽~~'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Hee
건강상의 문제로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Cheol
1. 누구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제로 오르기 어려운 산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 깨달음을 스물다섯에 얻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일일 것이고, 서른이라 한들 속단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마흔 언저리쯤 되면 반드시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 그때가 되면 마지막 몸부림도 쳐보고 온몸으로 거부도 해보지만 결국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확인이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것은 잔인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인생이 공평한 지위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뿐더러 귀하고 대접받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날 때부터 하찮거나 혹은 별 볼일 없는 존재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책들이 희망을 노래하고 거의 강요에 가까운 긍정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사람이란 저마다 타고난 인격과 재능에 격차가 있고, 그것을 가지고 각자 귀천이 분명한 직업을 선택하게 되며, 그에 따라 개개인의 사람이 품을 수 있는 꿈의 한계 또한 정해져 있다. 세상의 감춰진 진실이 이러할진대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길 원하지 않는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인생이 고달프다고 한다. 사람은 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어서 ‘나에게 허락된 것이 이만큼이구나’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야 제명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 산다는 건 그저 약간의 안도감을 가지고 시내 대형서점에 들러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에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석원 - 『보통의 존재』 중에서
2. 나는 옷장 속에 가득한 무채색 옷만큼이나 특색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저마다의 색으로 빛을 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아무런 색깔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좋아보이는 것들을 따라하고 닮아가는 걸 좋아했어요. 은근히 꼼꼼한 성격 탓에 그렇게 시작한 것들은 그 사람 못지 않게, 혹은 더 잘 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게 오는 희열을 좋아했어요. 아쉽게도 그런 기분은 대개는 오래가지 못해요. 오히려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정말로 내 것이 맞는지, 내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죠. 매 순간 내가 쓰고 뱉어내는 것들이 정말로 내 속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언제가 들었던 누군가의 말이나 읽었던 책에서 나온 구절은 아닌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살면서 크든 작든 다른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한 건데도 그걸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여 나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법인데 말이에요. 살면서 겪는 경험이 온전히 내 것이듯 그렇게 만들어진 개성 역시 나의 색, 나의 세계가 돼요. 나는 어떤 색으로든 당당하게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눈에 띄게 화려한 색은 아닐지라도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색이 분명하다고 믿어요. 모두가 그렇듯이요.
3. 슬프게도 나는 키가 크지 않아요. 얼굴도 잘 생기지 않고 심보는 다분히 고약해서 마음이 삐뚤다는 소리도 가끔 들어요. 공부는 곧잘 했지만 부모님의 만족정도를 겨우 충족시킬 수 있었을 뿐 정작 내가 원하는 공부는 할 배짱이 없죠. 게다가 대인관계 능력은 다른 사람보다 현저하게 떨어져요. 그래요, 나는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보통의 사람이에요. 비관적이고 회의적이며 한 달에 20일 정도는 까닭없이 우울한 사람. 어쩌면 보통도 안 될 지 몰라요. 하지만, 우습게도 나는 내 잘난 맛에 세상을 살아요. 나 밖에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실제로 내가 어떻든 이런 자기애 마저도 없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어요. 막 목욕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섰을 때의 기분을 언제고 느끼고 싶어요.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야!’ 얼마나 좋아요!
-Ho
2015년 3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