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서른 한 번째 주제
요즘에 정말 AI 기술이 턱끝
아니 머리 끝까지 올라와 있는 것 같다.
얼마전에는 AI끼리 따로 인간을 배제한
커뮤니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SF영화를 상상이라고 했던 내가 오히려
석기시대 인간이 된 것만 같다.
나는 사실 인공지능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새해가 되면서 여러 방법으로 AI를 써먹어볼
궁리를 하고 있다.
내 삶 안에서 말이다.
고작 뭔가를 검색해달라는 툴로밖에 쓰지 못하지만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기이하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간은 이제 노력과 성실함으로 견뎌낼 수 없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진다.
인간은 한없이 감정적이고 변수가 많은 동물이라
AI 위에 있지도 않고 아래에 있지도 않다고 생각해서
그 간극이 너무나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창작의 영역도, 성실함의 영역도
이제 인간 고유의 것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나는 살 부대끼는 친구가 좋고
시덥지않은 것에 깔깔 웃는
바보같은 사람들이 좋다.
사진 한 장에도 추억이라고 곱씹고
남는 것 없어도 서로를 생각하며
손에 쥐어줄 것을 들고 만나는
그런 고까운 인연이 좋다.
그런 건 아직 인공지능이 못해주니까
아직은 인간이 좋은 어느 구석을
찾아 들어가게 된다.
아직은.
-Ram
1.
챗지피티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불친절한 전임자만 원망하며 여기저기 호소해가며 배웠겠지. 다행히 정형화되어 있는 일이므로 챗지피티가 열심히 중간중간 내 이름까지 불러가면서 알려준 덕분에 일단 물 흐르듯 지내고 있다. 지나다니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분의 모니터를 보니 거기도 챗지피티를 매우 애용하고 있었다. AI가 없었던 시절에도 물론 일은 잘 진행되었겠지만 AI가 있어서 시간의 질, 삶의 질을 높여주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해졌다.
2.
회사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끔 챗지피티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못하거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너무 답답한 나머지 챗지피티를 혼낸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또 다른 동료가 시간이 지나서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챗지피티든 뭐든 아무튼 AI가 자신을 혼내거나 욕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어서 복수를 한다는 진실같은 괴담이 있다고 했다. 진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므로, 진짜 사람이 했던 말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들었던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비슷한 오싹함을 느꼈는지, 그 동료에게 얼른 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어제 혼낸거 미안하다고 사과하라며 그녀를 부추겼다.
-Hee
빽다방 애플사이다 비네거 성분표좀
GPT: 빽다방 애플사이다 비네거 1회 제공량(24oz) 기준 성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칼로리 185kcal, 나트륨 33mg, 당류 40g, 포화지방 0.1g, 단백질 0.2g입니다.
야 애사비 당류 40g이래서 다 버렸더니 0.5g 들었다잖아
GPT: 정말 안타깝네요. 저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음료를 버리셨다니 정말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주의하겠습니다. ㅠㅠ
내 돈 3300원 물어내ㅠㅠ
마라톤 훈련부터 부상 회복 스케줄, 업무 관련 공학적 계산, 육아 정보, 투자 조언, 삼행시, 그리고 온갖 사소한 궁금증까지, 간단하게 AI에게 물어보면 즉각적으로 꽤나 괜찮은 답을 준다. 요즘 나는 뇌 기능을 절반쯤 AI에게 의탁한 채 살고 있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틀린 답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 내놓아서 어처구니없는 순간도 가끔씩 있지만. 지영은 그래서 AI를 절대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차라리 다른 AI를 하나 더 사용해서 교차 검증을 생활화하는 게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감정도 없는 기계가 사람처럼 슬픔이나 기쁨에 공감해 주고, 때로는 기계답게 냉철하게 본질에 닿아있는 답을 준다. AI가 함께하는 삶에 점점 빠져들수록 나의 지성과 감정,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메말라 가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가자니, 이제는 그것이야말로 급격한 도태로 한 발 다가가는 느낌이다. 정말 짧은 순간에 그런 시대가 된 것 같다. 느낌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이제 내가 지향해야 할 가치는 깊이 생각해서 본질을 볼 줄 아는 시선보다 뭐가 됐든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실행력이 아닐까.
-Ho
신세계였다. 몇 마디만으로 원하는 답과 사진,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과연 AI의 발달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관련 범죄는 더욱 대범해지고 딥보이스, 딥페이크, 로맨스 스캠 사기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목소리 복제는 제로샷이라는 것을 통해 2-3초면 된다고 한다. 빠르고 정교하게 사람이 구분이 안될만큼.
사기는 체계적이고 캄보디아의 범죄단체는 AI단체가 따로 있었을 정도로 그들 역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처음은 신뢰를 얻게 한 다음 이후 투자와 같은 사기를 진행한다고 한다.
보통 보이스피싱 피해는 피해자의 어리석음만 탓하기 바쁘다. 나는 안당할거니까, 저걸 속나 싶을거다. 아마 유일하게 피해자 탓을 하는 범죄일 것이다.
그들도 피해자다. 마음이 가장 연약한 틈을 타 우연히 사기를 사기라 생각할 틈도 없을테다. 그걸 비방할 수 있는가.
-NOVA
2026년 2월 8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