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노래"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서른 네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내 노래 취향은 '잡식'이다.


꼿꼿한 취향없이

그 때에 꽂히는대로 듣는다.


발라드, 팝송, KPOP, 클래식, EDM 등등


그냥 그때의 내가 듣고 싶은 걸

반복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떤 노래는

특정 시기에 많은 노래가 된다.


추억이 꽉꽉 구겨져 담겨있는

노래가 되어버린다.


게다가 슬픈노래에만 슬픈추억이 담기는 것도 아니다.


신입 시절 정말 힘든 날이 많았다.

그때 제일 많이 들은건

모모랜드 뿜뿜이었는데


그때는 어떻게든 기분을 빠르게

좋아지게 하고싶었다.

그리곤

화가나고 슬퍼지다가도

그냥 퍽 웃음이 나버리곤 했다.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도

사실 슬픈때 듣던건 아니었고

휴학하고 공부하던 때

무한으로 들으면서

차분해지곤 했다.


모르겠다. 사실

나의 웃긴 플리는

내 인생이 좀 웃기게 꼬였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취향이 또렷한 적이 없어서

흐지부지하게 좋아한다

많은 것들을.


추억을 아무 상자에 담아둬야

꺼내고 싶지 않을 때까지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되는대로 담기만 한다.


노래도 괜히 그런가보다.



-Ram


I wish - 오윤혜

씁쓸하고 외로웠던 고등학생 시절, 당시 서로 생각하는 방식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거의 똑같다고 생각해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알려준 노래였다. 겨울에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 야자(라고 하니 이제 어색하지만) 시간 중간에 이 노래를 들으며 괜히 고독을 더 씹었던 노래다. 절절한 목소리 덕분에 더욱 처절했지만.


보고싶다(Inst.)

20대 초반, 내게 음성 메세지가 왔다. 재생을 해보니 피아노로 '보고싶다'를 연주한 내용이었는데 그 앞부분의 반주가 너무 완벽해서 아직까지 생각난다. 그 리듬과 속도, 애드립까지도 만족스러웠다. 고작 1분 남짓한 메세지였지만 한 자리에서 5번 이상은 반복해서 들었었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 브로콜리 너마저

왜 나는 이제껏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을 안(못)한 것일까. 아마 라이브로 들었다면 더욱 사랑하게 되었을 곡. 제목부터 멍했는데 노래를 들어보니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사색에 빠지는 곡이다.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 중 이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지만 이후 '보편적인 노래'도 많이 들었다. 그 당시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들은 추억 그 자체였다.


백야 - 짙은

'곁에'를 꼽을까, '백야'를 꼽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그래도 '백야'가 조금 더 내 안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왜 난 그 당시 이런 쓸쓸한 목소리를 좋아했을까. 주로 밤에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까. 아무튼 어떤 겨울의 새벽시간 내내 나는 '백야'를 반복해서 들었다. 그리고 따뜻한 봄이 온 뒤 다른 노래들로 넘어갔었는데 10년 뒤 누군가 내게 기타로 이 노래를 연주해 준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이 노래 때문에 충동적으로 그가 나와 비슷한 20대를 보냈고, 유사한 사고 회로를 가졌을 거라는 착각을 했었다. 이 노래가 뭐라고.



-Hee


서울에는 한 번 가 본 적도 없었던 중학생 때부터 홍대병을 앓기 시작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아이돌 노래는 음악이 아니라는 편협한 소리를 내뱉기에 주저함이 없는 사람으로서, 이번 주 주제는 누워서 떡 먹기 라고 생각했으나 일요일 밤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어떤 노래에 대해 써야 할지 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다. 언젠가는 가사를 다 외운 채로 흥얼거렸던 노래들도, 0.1 초만 들어서 멜로디 라인이 알아서 떠오르는 노래들도 분명 있었는데 어째서 딱 이거다 싶은 게 없는 걸까.


추억의 노래를 생각하려다 전생까지도 들여다본 것 같은 괴로운 한 주였다. 듣기만 하면 첫사랑이 떠오르는 노래는 차마 골라서는 안 될 것 같고, 중고생 시절의 감성들과 함께 묻어둔 노래들도 왠지 다시 꺼내 들어서는 큰일이 날 것만 같다. 그러면 남은 것이라곤 지금까지도 꾸준히 듣고 있는, 말하자면 나에게는 지금도 현역인 노래들이 남는다.


그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ac/dc의 back in black 이 될 것이다. 지금은 추억의 노래라고 했을 때 당장 떠올리기에 무리가 있지만 한 십여년 뒤 쯤에는 내 인생을 관통하는 곡이 되어있을 노래가 아닐까.



-Ho


보통 추억의 노래라고 하면 옛날 노래를 고르려나.

2000년대 노래를 꼽을 수도 있겠고 더 오래 전인 7080도 있겠다.


추억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소중한 곡이 하나 있다.

사실 제목도 모르는 유튜브의 2시간 가량의 재즈 곡.

악보도 구해보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이 곡은 고등학교 막바지즈음 처음 듣게 됐는데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언젠가 성공한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선물 같았다.


이 곡으로 희망을 품기도 우울에 깊어지기도 마치 희노애락같은 곡이다.

정말 많은 시간을 이 곡과 함께했다. 가끔은 잠에 빠질 때 마저 함께 했으니.


그런 생각도 한 적 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듣고싶은 곡이 뭐냐고 자문한다면 이 이름모를 재즈 곡이라고.


언제까지 이 곡을 들을지는 모르겠다.

어느 순간 추억 속으로 잠기게 될지도.



-NOVA


2026년 3월 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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