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도란도란 프로젝트 - 여든다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잔잔한 물결,

너는 망설임도 없이 던졌구나


나는 가만히 너의 던짐에

깊이도 고민했다

너로부터 날아온 작은 조각은

그대로 나의 아래로

깊숙히 깊숙히.


나는 어쩔줄을 몰라 동동.


보고파 너를 당기면

그대로 나를 떠날까 두려워 나는

잠시너를 안았다


홀연히 보내기에 아쉬워

네가 당기는 그 순간까지

나는 너를 밀었다가 당겼다가.


애타는 줄따라 너도 나도

결국 한쪽이 당기고야 마는 사이

놓치고야 마는 그런 사이


그럴거면 던지질말지.

그럴거면 흔들지말았어야지.



-Ram


1.

진심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말.

그 순간은 진심이였어도(혹은 거짓이였어도) 시간이 지나야 깨닫는 말.

내가 하는 말들 중에도 훗날이 되어 혹여나 거짓이 될지 몰라 더욱더 신중하게 건네는 말.

나만 믿고 따라오면 다 잘될꺼야.

내가 계획이 있으니 이렇게만 해보자.

이 방향으로만 간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꺼야.

일단 맡은 일에 대해서 잘 하고 있으면 될 것 같아.

내가 그때 너에게 그렇게 했던거에 대해 후회하고 있어.

너처럼 특별한 사람은 없었어.

너한테만큼은 이런 감정이 생겨.

나는 너만 사랑할꺼야.

또 너에게 연락하고 싶을 것 같아.

네가 보고 싶을거야.

.

.

수많은 말들이 내 귀를 스쳤지만 그 중 진실이 되었던 말은,


2.

하지만 계속해서 그들의 삶이 위태롭고 덧없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채워지지 않은 욕망, 불완전한 기쁨, 잃어버린 시간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기다림과 궁색함, 편협함이 자신들을 마모시켜 무력하게 만들었다고 느꼈다.

가끔은 모든 것이 이대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계속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냥 흘러가게 놔두면 될 일이었다.

삶이 그들을 달래줄 것이다. 몇 달이고 몇 년이고, 변화도 없고 그들을 구속하는 법도 없이,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낮과 밤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거의 미미한 변화만 있을 뿐, 같은 주제가 끝없이 되풀이되며 행복이 계속될 것이다.

어떤 동요, 비극적인 사건이나 예기치 못한 사건도 흔들어놓지 못할 영원한 감미로움을 맛볼 것이다.

그러다가도 어떤 때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맞서 싸우고 정복하고 싶었다. 싸워서 그들의 행복을 쟁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싸울 것인가? 누구에 맞서서? 무엇에 맞서? 그들이 사는 세상은 낯설고 화려했다. 자본주의 문화로 번쩍이는 세계, 풍요로움이 감옥처럼 둘러싸고, 행복이라는 매력적인 덫이 놓인 세계였다.

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 안에 있었다. 그들을 타락시키고, 부패시켰으며 황폐화시켰다. 그들은 속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조롱하는 세상의 충실하고 고분고분한 소시민이었다. 기껏해야 부스러기밖에 얻지 못할 과자에 완전히 빠져 있는 꼴이었다.


조르주페렉, <사물들>



-Hee


어쩌면 낚시라는 것은 살아있는 자연을 대면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나에겐 낚시를 알려주는 이가 없다. 어쩌면 그래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기왕이면 누군가와 함께 그 경이로운(경이롭지 않으며 지루할 수도 있지만) 순간을 맞이해보고 싶기도 하다.


나는 자연을 대하며 경이로움을 느끼는 법을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어쩌면 어려서는 경이로움을 느끼던 내가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져 온 것도 있겠다. 그러면서 나는(혹은 우리는) 언제부턴가 자연과 멀어지게 되었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한번쯤은 낚싯대를 앞에 두고, 자연을 앞에 두고, 누군가와 함께 존재 해보고 싶다.


물론 당분간은 그럴 일이 없다는 것 쯤은 나도 잘 안다.



-Cheol


커다란 낚싯바늘이 내 몸을 관통해 들어 온 기분이다. 이런 기분은 억울한 상황에서 쉽게 무시해버릴 수 없는 신경질적인 말들을 들었을 때 찾아들곤 한다. 나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그저 재미를 위해서인지, 혹은 처절한 생계의 차원에서 던진 낚싯바늘인지 어부의 의도를 물고기는 결코 알 수 없다. 그저 혼자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댈 수 있을 뿐이다. 어째서 나는 이곳에 흘러들어 이런 고생을 겪어야 할까. 물에 섞여 낱낱히 흩어진 떡밥뭉치는 냄새만 겨우 남아 있을 뿐이고 나는 내 어리석음을 쉽게 탓할 수도 없었다. 갑자기 찔러 들어오는 바늘에 걸렸을 때 처음엔 화가 났다. 왜 내게 그랬는 지, 도대체 무슨 심정인지 따져 묻고 싶지만 어부는 잡은 물고기 따위에 더이상의 관심을 두지 않듯 나와는 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대화를 일방적으로 기피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그 무표정의 뒤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았다는 사실로 어떤 흐뭇함을 느끼고 있진 않을까, 또 나는 앞으로 어떤 고난을 겪게 될까 소름돋는 상상을 반복했다.


낚시질에 걸려든 물고기는 얼마나 처량한가. 바늘에 입이 꿰인 채 곧 말라가기 시작할 촉촉한 눈알만이 억울하게 빛나고 있다. 그 애는 왜 내게 그런 신경질적이면서도 무심한 말을 던졌을까. 이번에 내게 뱉어낸 말이 의도적인 낚싯바늘이 아니라 기분에 따라 가볍게 던져본 돌맹이였길 간절히 바랬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내가 겨우 물고기 정도로 여겨진다는 건 정말로 너무한 일이지 않나.



-Ho


2015년 8월 2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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