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형"

도란도란 프로젝트 - 아흔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오빠야.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나간 시간에 아스라이 멀어져

나라는 사람은 없었던듯

잊지는 않았는지.


오빠라는 단어조차

입밖에 내어보지 않았던 시절에

추운 겨울즈음,

두어살 많았던 오빠, 그대.


나는 어쩌면 그런 존재만으로도

벅차도록 설레였어.

어룽어룽 그때의 내 기억만 쫓으면

그래도 꽤 멋졌던 사람아.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를 눌렀고

몇 초의 통화연결음에도

온 세상이 내 심장소리로

울리는듯 했었어.


오빠야.

나는 그때 편지 한 톨도 쓸 줄 모르던

쑥맥이라서

학원이 끝나는 길목 어귀에서

애꿏은 모래만 걷어차며

마주칠 우연을 계획하곤 했었어.


지금은 수많은 사랑과 사람에

둘러쌓여 살면서도

어쩌면 분홍빛 설레는

오빠라는 단어를 부르던

그런 시절, 그런 당신이 가끔 그리워.


오빠야.

지금도 그런 날들만큼

별이 예쁜 것을 알고

굴러가는 낙엽이 소중함을 알며 지내.

그렇게나 내가 품고 싶었던

그 모습으로 지내고 있어줘.

그리운 그 시절 그대로.



-Ram


1.

너랑 나 사이는 이거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면상으로 좋은 사이로 지내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으나

정작 마음을 살펴볼 시도조차 안하는 너의 모습이 난 답답했다.

그냥 내가 너에게 계기조차 마련하지 하지 않았다면

너 역시 시도해 볼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겠지.

사실 그건 마음을 살펴볼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일수도 있으나,

못해서 안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항상 내 자신을 합리화시켰던 것 같다.


2.

너랑 나 사이는 항상 잔잔했다.

너는 큰 물결이 일지 않았다.

혹여나 커다란 돌멩이가 너라는 호수에 퐁당 빠진다면

넌 아마 크게 흔들렸겠지.

어쩌면 돌멩이가 자의적으로 날아들어왔을지도 모르겠다.

잔잔함은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줄 지는 모르겠지만,

역동적이고 가슴이 뛰는 열정을 직접적으로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슴이 뛰는 일이 생긴다면 불안해 하는게 너였다.

그 가슴뛰는 것들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 너였다.

나는 가끔씩 네가 가슴이 마구 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의 가슴이 정말 마구마구 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는 너무나 잔잔했다.


3.

너에게 묻고 싶었다.

사랑하고 있느냐고.

그냥 상태의 변화를 피하고 싶은건 아니냐고.

진정으로 너의 사랑은 무엇이냐고.

너에게 뜨거움은 있느냐고.

그냥 우리는 적당히만 하면 되는거냐고.


4.

결국 모든건 내 선택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Hee


1.

"오빠"

그 사람이 나를 지목하여 다정하게 불러주었다.

약간은 어색한 듯 하지만 분명 처음으로 나를 '오빠'라고 불러주었다. 어쩌면 그 아이는 그저 마땅한 호칭이 없으니 당연히 '오빠'라고 부른것 같다. 그럼에도 한켠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감정이 담겨있기를 바라는 맘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구태여 특별할것도 없다.

그저 부질없단 생각이 든다.


"오빠!"

선배, cheol씨, 누구님, 쌤 등등 그 많은 호칭들과 별 차이 없는 것일 뿐인데. 조금은 더 친근해진 느낌.

어쩌면 점점 더 누군가와 친근해진다는 것 자체가 별일이 되어가는 세상같은 느낌.


2.

떠다닌다. 이렇게 넓은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래도 완전히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나의 줄기는 하나의 점으로부터 이어져있다.

그것이 너 인걸까. 온통 낯설고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굳셀 수 있는 이유가 너 인걸까?

너무 멀리 와 버렸지만, 저 끝에 아련히 보이는 줄기의 끝은 너에게로 이어져 있다고 굳게 믿은 채.


하지만 이것도 그저 착각일뿐이겠지.

다만 착각이라는 것을 알아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것이란 사실을 안다.


줄기의 끝이 아직도 이어져 있는지 사실 난 알길 없지만, 그저 묵묵히 나아갈 뿐이다.



-Cheol


"오빠. 좀 놀고 가. 여기 놀러 온 거 아니야? 응? 아, 얘기 좀 하자~ 잠깐만, 딱 1분만. 아 거기 잠깐 만 좀 서봐~ 잘 해 줄게. 여기도 안에 젊은 애들 있어. 아 좀 서보래도? 내가 욕해도 안 설 거야? 안 서겠네. 아, 언제까지 돌아다닐 거야. 그 슬리퍼 다 닳겠다. 응? 여기로 와 그냥. 다른 데 가면 오빠 거기는 서지도 않고 끝날 걸?"


밤이면 골목이 온통 붉은 조명으로 환한 집창촌을 걸어본 적 있나요. 그거 참 소름돋는 일입니다. 그곳에선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통유리 뒤에서 속옷만 입은 여자들이 자기들 좀 봐달라며 서있지만 되려 그 길을 걷고있는 나는 자꾸만 구경당하는 기분이 들어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곤 했지요. 몸을 판다는 게 얼마나 지저분한 일입니까. 적나라한 속옷차림에 본래 얼굴은 알아 볼 수도 없게 진한 화장을 한 여자들이 도무지 우리랑 똑같은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러나 누군가는 이 거리에 가장 눈물이 많은 곳도 이 골목이라 합니다. 나이깨나 먹어서 술마시고 이런 곳 들락거리는 남자들은 발가벗은 여자들보다도 사람같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그 여자들도 실은 우리랑 똑같이 흰 쌀밥에 된장찌개 좋아하는 사람들,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사람들이란 말이지요. 근데 이게 정말로 말같지도 않은 소리 아닌가요? 그 눈물이 어디 인간적인 울음이던가요? 밥벌이 우습게 알면 안되죠. 저는 그 오빠란 소리에 밤잠도 설쳤습니다. 정말이지 다시는 듣고싶지 않은 소리지요.



-Ho


2015년 9월 2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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