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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Apr 01. 2021

환갑 넘어 하이브리드 차를 타네(1)

 9년째 리스로 자동차를  빌려 타고 있다. 지난 2월 계약 종료 시점을 앞두고 고민을 좀 했다. 수입도 줄어들었으니 타던 차량을 인수하는 게 가장 경제적이고, 또 오래 탄 차라 가장 편하고 딱히 흠 잡을 데도 없었지만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핸들에 열선이 없다는 거...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까지 한 손은 차가움을 혐오한다. 한겨울 퇴근길 핸들을 잡았을 때의 그 고통이라니. 차안에 늘 비치해두는 장갑으로도 해결이 안됐다. 설거지할 때 고무장갑도 안 끼는 성질인지라 장갑 낀 손으로 운전하는 일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한겨울 곱은 손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풀어지지 않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의 시대라고 한다. (테슬라는 원래 사람 이름이라는데 이제 테슬라 하면 머스크라는 다른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말들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겠지. 새로운 것은 좋으나 잘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게 또 간사한 인간 마음이다.

변덕이 심하고 익숙함에 싫증을 잘 내는 나도 이번에는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안전한 쪽을 선택했다. 미래와 환경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지라 테슬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직은 어떤 차가 당첨(?)될지 위험부담이 높다고 이과 출신 아들이 다행히 말려주었고.  하여 기종을 바꾸진 않고 마침 배기량만 조금 높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출시돼 있어 선택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타게 된 구구한 변명? 암튼 내 깜냥은 딱 여기까지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운전석 전면을 가득 채운 세 개의 분할 화면이었다. 기존의 두 개 화면에,  EQ라 표시되는 전기차 주행부분(?)이 왼쪽에 추가되었다. (용어를 잘 몰라서 내 마음대로 부름.^^) 시동을 걸면 아무 소리가 없다. 시동이 걸렸는지 시동을 껐는지 (아날로그적) 소리가 아니라 디지털(화면)로 확인해야 한다. 소리에 예민한 나로서는 이런  변화는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차체가 조금 커진 것은 문제가 안됐으나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시승하느라 처음 타보았을 때부터 뭔가 대단히 복잡했고, 일단 핸들에 무수히 많은 장치가 달려 있으니 익혀야 할 게 많다.


오늘 처음으로 전기 충전을 시도보았다. 기다리는 동안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으로 올라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자동차 매장으로 직접 차를 인수하러 갔다면 그곳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었겠지만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딜러가 아파트 마당에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었으나 내가 뭐는 알고 뭐는 모르는지도 알지 못하니 결국 나 스스로 조금씩 알아가야 할 거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보증서 외에도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의 사용설명서와 얇은 리플릿 서너 개가 비싸 보이는 가죽 클러치에 담겨서 내게 건네졌다. 연비가 좋다는 것, 소음이 적다는 것, 시동을 걸거나 끌 때 가속장치에서 발을 뗀 저속주행에서 전기를 쓰게 된다는 것, 휘발유와 전기 중에 자동으로 선택해 차량이 운행된다는 것, 전기 충전시 완속충전을 사용하라는 것,  차량 트렁크에 구비된 고속충전용 플러그는 비상시에만 사용하라는 것. 이게 한 시간 여에 걸친 차량 인도 과정에서 내 기억에 남은 전부다.   

 

자 그럼 이제 전기를 한번 충전해보자.


 자동차회사에서 준 카드로 chargEV(차지비라 읽는데,  이름을 잘 지었군) 홈피에서 회원가입하고 차량 등록과 결제용 신용카드 등록까지 마쳤다. 호기롭게 우리 아파트 지하2층으로 내려가 <한국전력 충전기> <충전시작>을 누르고, 회원가입과 회원카드 중 <회원카드>를 선택, 차지비카드를 갖다대니 등록 안 된 카드라고. 흡.

노트북에서 한국전력 전기차 충전소를 검색하니 캡코플러그(KEPCOPLUG)가 나온다. 사이트로 들어가 다시 회원 가입하고 <차지비카드>를 등록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카드에 티머니라고 쓰여 있다고 카드 종류를 티머니를 선택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휴대폰에 모바일 앱도 깔고, 다시 충전소로 가서 실행하니, 와우 된다!!!


 주유기처럼 생긴 충전기를 내 차에 꽂았다....가 아니라 꽂는 것도 한번에 되지 않았다. 고리를 구멍 위에 딱 걸고 꽉 물려야 된다.  딸깍 소리가 나면서, 충전소 모니터에 <충전 시작>의 화면이 떴다. 약간 감격했다. ^^

모바일앱으로 확인하니 4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이따 보자 나의 첫 하이브리드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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