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국가의 공적 서비스를 대행(!)하게 되면서 올리게 된 글입니다.
응원해주세요.
지난달 말 '공적 마스크'라는 게 공급되기 시작했지요. 느닷없이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불만도 많았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좋은 뜻을 헤아려 (무엇보다 국민건강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을 포기할 수 없어서) 약사들은 적극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대구로 또 경북지역으로 내려가 봉사는 못하더라도 하는 심정으로요. (의료진들 화이팅입니다!)
"마스크 대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할 만큼 방역(KF)마스크가 귀해졌기 때문에 멘붕을 겪고 있는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할말이 있지만 여기서는 끝에만 잠깐 올릴게요.) 대국민 건강서비스 차원에서 약국이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니만큼 (전국적으로 2만 8천여개라고 하지요. 8천 개에 불과한 주민센터보다 훨씬 낫고 야간과 주말에도 열려 있습니다. 제 약국처럼요.) 가장 효율적이고 공정하며 진정성 있게 공급할 수 있는 공적 유통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 가치를 헤아리고 공감하면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지요.
우선은 사재기하려는 분들을 막아야 했어요. 초기에는 한 약국 당 100장이었으니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죠. 약사들은 그나마 더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묘수들을 짜내어 서로 공유했고,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습니다.
정작 발표는 되었지만 약국에 마스크는 바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전화와 직접 문의에 시달렸다"는 소리는 이제 입이 아파 더 못하겠습니다. 물론 미안해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얼마나 많이 물어보셨겠어요 묻는 저도 죄송하네요, 하시면서.
드디어 공급이 시작된 28일. 출근해보니 약국 앞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 기절하는 줄 알았다는 에피소드는 애교였고요. 친절하게 답하는 것에도 한계를 느낄 만큼 반복되는 "몇 시에 오느냐, 몇 장 주느냐, 얼마냐"의 연속. 게다가 예약을 왜 안 받느냐, 단골 위주로 나눠주는 거 아니냐, 둘이 왔는데 왜 한 장만 주느냐, 니들이 딴데로 빼 돌리는 게 아니냐 경찰에 신고하겠다(실제로 지역 보건소에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부를 향한 욕설을 약국에다 퍼부으며 애먼 화풀이를 약국에다 해대는 바람에 두통에, 입술이 짓무르고, 담이 결렸다는 약사도 있었어요. 저도 집에 오면 귀에 사람들 소리가 쟁쟁한 환청에 시달렸습니다.^^
원가 장당 1100원, 판매가 1500원.
세금과 카드 수수료와 인건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일반 마스크와의 구별을 위해 <공적 마스크>라는 표지를 붙이는 데 드는 시간과 공을 생각하면 돈으로 따지면 선뜻 나서지 못할 일이지요. 이게 또 랜덤으로 오는 거라, 1인당 정해진 숫자로 나누느라 일일이 공적마스크 표지를 붙이고 테이프로 감아야 했으니(공적 마스크와 일반 마스크를 구별하는 방편으로요) 마스크가 도착하면 로또를 확인하는 심정으로 열어보고. 흑흑ㅠㅠㅠ.
차라리 무료로 나눠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약사들 불만이 고조됐지만 '국민의 건강'이라는 대명제 앞에 그동안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오늘 3시, 그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개선방향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른바 <공적 마스크 구입을 위한 5부제 실시>가 그것이죠. 태어난 생년에 따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제 요일에 구입하지 못한 분들이 살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느냐 하면 대부분의 약국에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DUR(Drug Utilization Review)가 깔려 있습니다. 약국이 공적 유통망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하는 국가전산시스템인데 왜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가 그동안 사실 의아했었죠. 이 전산망을 제대로 쓰게 되었네요. 왜 꼭 약국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되겠습니다. 정경유착이니 이권이니 폭리니 같은 소리, 정말 이제 하지도 마세요.ㅠㅠㅠ
약국에서 앞으로 하게 될, 또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저도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메모하는 기분으로 올려봅니다. 이 또한 언젠가 역사로 남겠죠.
1. 마스크 판매절차
1) 공적 마스크가 입고되면 요양기관업무포털 마스크 중복구매확인시스템에 접속하여 입고수량을 입력합니다. 2) 구매자에게 공인신분증을 제시하도록 요청합니다
→ 공인신분증으로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을 인정가능하며, 미성년자, 외국인 등의 경우엔 아래 같이 확인
<본인확인 방법>
*성 인 본인이 직접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제시
*미성년자
①본인이 직접 여권 제시
②본인이 직접 학생증과 주민등록등본을 함께 제시
③법정대리인과 함께 방문하여 법정대리인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함께 제시
*외국인
본인이 직접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
장애인 대리인이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할 경우 구매 허용
..... 벌써부터 말들이 많은데 걱정이네요. 사실 그동안도 온갖 무례와 억지를 들이민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공적 마스크 판매 장부를 만드느라(그래야 오해의 소지가 없지요) 이름이라도 물어볼라치면 그걸 왜 물어보느냐고 화를 내는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3)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외국인등록번호)상 출생연도 끝자리를 확인하여, 요일별 판매대상(5부제)인지 확인합니다
→ 경과기간인 3.6~3.8일은 5부제 미적용
→ 시행기간인 3.9일부터는 아래 표를 참고하여 해당하는 구매자에게만 판매(예: 월요일에는 1991년생과 1996년생에 판매 가능)
구 분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출생연도 1 2 3 4 5 주중에 구매하지
끝자리 6 7 8 9 0 않은 모든 사람
→ 법정대리인을 동반한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출생연도 끝자리가 해당될 경우,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판매가능 . 장애인 대리인의 경우, 장애인의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5부제를 적용.
4)요양기관업무포털 마스크중복구매확인시스템에 접속하여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판매합니다
--- 딱 봐도 굉장히 번거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업무가 폭주할 것입니다. 마스크 100장이면 50번 접속. 곡소리 납니다. 100명을 전산 입력하려면 직원 하나는 더 있어야 하거든요. 1인 약국의 경우 포기하겠다는 약사도 있습니다. 제 약국은 특히 토,일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른 일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머리 좋고 순발력있는 누군가가 낸 아이디어라 생각되네요. 궁하면 통한다고, 이 정부가 이건 잘하는 거라 생각하고, 특히 질병관리본부 격하게 응원합니다.
부탁) 이렇게 투명하게 진행되니 제발 억울한 소리는 그만!!
2. 구매한도
□ 약국 : 1주일(월~일)에 1인 2매
ㅇ 다만, 기간 계산의 편의를 위해 3.6(금)~3.8(일)에 한해 3일을 기준으로 1인 2매씩 묶음 판매
ㅇ 마스크중복구매확인스템상 판매수량이 2매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1인 2매씩 묶음 판매
→ 구매자가 1매만 구입을 원할 경우, 2매씩 묶음판매하는 것이 원칙이고, 1매만 구매만 하더라도 그 주에는 추가구매가 불가능함을 안내
□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 당분간 1인 1매씩 판매
ㅇ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마스크 중복구매확인시스템 구축 이후에는 약국과 동일하게 1주 1인 2매씩 판매
□ 1주 1인 2매 구매한도는 해당 주에 구매하지 않더라도 다음주로 이월되지 않음
3. 상담안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종합상담센터 1577-1255(내선번호 5번)
이상이 대강의 매뉴얼입니다.
어쨌든 개인 위생에서 가장 중요한 손씻기가 부각되지 않고 마스크에만 올인하면서 이런 난리가 난 것이죠. 이를 선동하고 가짜 정보를 퍼 나른 자들 정말 나빠요. 무슨 놈의 전문가가 그리 많은지 기만적 확신에 빠진 자칭 전문가를 정말 경계해야 합니다. 당장 대구 경북 지역에는 의료진들이 쓸 마스크가 부족하다는데.... 저는 전문가는 아니고요 그냥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이런 요약문을 만들어 설명해주었습니다.
손을 통한 분비물 접촉을 막을 것!
이게 사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입니다.
코, 인후, 눈의 점막을 통한 비말(飛沫)감염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약국에 써 붙이고, 격리지역이나 의료기관,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을 이용하는 게 아니면 면 마스크를 써도 괜찮다고 설명하곤 했습니다.
경칩이었는데 개구리도 마스크 쓰고 나올까 걱정한 하루였다, 는 건 농담이고요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우리나라가 무사히 이 난국을 빠져나가 옛 말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