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또황 Jun 29. 2020

<퇴근의 쓸모> 5편. 야 너두?

5편. 야 너두?


행복해지고 싶었다. 노력하면,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힘든 날을 다 보내고 나면, 행복해지는 건 줄 알았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는데.. “올해는 정말 힘든 한 해였다. 내년엔 좀 더 나아지기를!”을 몇 번 반복하고서 알게 됐다. 앞으로도 평안하기만 한, 꽃길만 걷는 한 해 같은 건 오지 않을 거라는 것과 앞으로도 좀 숨 돌릴만 하면 후두려 맞는 일들은 계속 생길 거라는 것을. 그러니까 일부러 더 시간을 내서 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순간을 만들고, 그런 순간들을 만끽해야 한다는 것도.


그런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음에도.. 올해도 이미 많이 흔들려 버린 나.. Damn.. 여전히 이놈의 일상은 자주 평안하지 못하다. 새해 목표가 “마음의 평화"였던 나는 올해 들어 더 열심히 스스로를 달래고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경험상 세상 만물 중에 (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공감이던데, 그래서 특히 열심히 찾는다.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존재를..! 그들을 보면 애틋하고, 사랑스럽고, 힘이 난다.


퇴근 후에는 그런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를 본다. 주로 혼자 밥 먹을 때.. 요즘은 <프렌즈>를 열심히 보고 있다. 거기 나오는 챈들러가 좋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농담을 한다. 정말 항상.. 농담을 한다. <프렌즈>를 처음 볼 때는 그냥 그가 마냥 귀엽고 웃겼다. 하지만 여러 시즌을 반복해서 보며 그가 무거운 공기 속에 자라야 했고, 그걸 어떻게 견뎌 내려다보니 늘 냉소적인 농담을 하는 사람이 됐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냉소와 농담에 저런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일상 속에서도 종종 그를 생각하게 됐다. 너도 그랬겠지, 하고. 비슷한 이유로 음악을 사랑하는 <가오갤>의 피터도 좋아한다. 같은 취향인 사람? 소리 질러~


밥을 먹은 뒤에는 별일이 없으면 곡 작업을 한다. 요즘 하는 작업은 작업이라기보다는 연습과 공부에 가깝다. 얼마 전에 산 녹음 장비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은 뒤부터 자정 전까지만 조금씩 녹음을 한다. 새벽까지 녹음하고 싶은데.. 지금 사는 곳은 방음이 잘 안 돼서.. 쫓아올까봐 무섭다. 아무튼 고작 한두 달밖에 안됐는데 벌써 마음이 조급해서 ‘왜 이렇게 못하냐’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많이.. 그럴 때도.. 좋아하는 가수를 생각한다. 너도 그랬겠지, 하고. 그렇게 그를 생각하면서 나를 달래고 달래고 믿고 믿고 다시 작업한다.


그렇게 퇴근 후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록 흔들리는 하루였더라도 의미 있는 날이 된다. 물논.. 작업은 늘 어렵고..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작업하다가 빡치는 날, 그만둬야 하나 싶은 날, 자괴에 빠져 바보짓 하는 날도 많지만.. 이론상 그렇다..!


- 다음 달에는 ‘6편. 빨간 문장 줄까, 파란 문장 줄까?’로 돌아올게요. 우리 7월에도 정시 퇴근 많이 합시다~!


 




* <여기 사람 있어요>가 더 궁금하다면?

https://emptypublic.com/we-are-here

매거진의 이전글 <오의 의미> 4. 힘이 되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