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파티 처방
키자니아에 사는 것도 아니면서 죽을 용기를 내서 직업을 세 번이나 바꾼 뒤 목포까지 내려왔는데, 여기서도 자꾸 방황하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던 작년. 주민 와이비 씨가 진행하는 Why(내가 하는 모든 것들의 이유)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리한 나의 Why는 ‘마음’이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 그렇지만 2년 전 괜찮아마을에 처음 와서 멋쟁이 대잔치(사진전)를 열며 가득 찼던 마음 곳간은 이제 텅텅 비었고, 멋쟁이는커녕 빚쟁이처럼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후기를 써달라 조르며 몇 줄의 따뜻한 문장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나에게, 좋은 처방이 찾아왔다.
여기공의 인다 씨가 괜찮아마을에 놀러 오셨다가 같이 저녁을 먹은 몇 사람의 타로카드를 봐주신 것. 고민을 물어보시길래, 이런저런 이유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어디에 있어도 편하지가 않고 마음이 아프다 못해 몸까지 아프다고 대답했다. 당시에는 맛있는 걸 먹어도 책을 읽어도 여행을 가도 마음이 아팠다. 인다 씨는 “또황 씨는 괜찮아마을을 떠나야 괜찮아지는 거 아니에요?" 하며 웃었고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며 웃었다. 세심한 카드 풀이 끝에 나온 처방은 ‘파티’였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고, 파티를 해야 된다고 했다. 파티라는 단어가 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웃으면서도 사람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풀이는 정말 용하다고 생각했다.
그날로 부터 몇 달이 흘러 이달 중순,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괜찮아마을 주민들은 퇴근 후에도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7시 반부터 12시까지 약 4차에 걸쳐 손님들이 왔다. 정신없이 손님들을 맞으며 밥도 먹고 뱅쇼도 마시고 트리도 만들고 집주인 옛날 사진 구경도 하고 삼행시도 짓고 고스톱도 치고 공기놀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노래도 부르며 깔깔 웃다 보니 금방 12시가 됐다. 손님들을 돌려보내고 어질러진 거실에서 손님들에게 반강제로 받아낸 방명록을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마음이 참 따뜻했다. 이런 게 사람의 온기인가 하며.
당분간은 퇴근하면 또 이런 자리를 만들 궁리를 해야겠다. 조용하고 따뜻한 모임을 만들까? 오랫동안 미뤄뒀던 공연을 할까? 뭘 하든 좋을 것 같다.
부또황 삼행시 짓기 놀이 결과
취향저격상 - 부: 부리 / 또: 또 / 황: 맛있다
사랑사랑상 - 부: 부산에서 온 / 또: 또 보고 싶은 / 황: 황일화
용기가가상 - 부: 부장 / 또: 또치 / 황: 황치즈 마카롱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