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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또황 Dec 29. 2020

<퇴근의 쓸모> 마지막 편. 올 한 해도 살았다

마지막 편. 올 한 해도 살았다


엄마는 전화를 끊을 때마다 눈물을 꾹 참았다. 우리 딸 타지에 사는 거 힘들어서 어떡하냐며. 목포에 정착하기로 결정한 2018년 가을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도 가끔 그러신다. 나는 일부러 더 씩씩하게 나 잘 지낸다니까~! 하고 대답해왔는데, 이제는 그 대답이 조금은 거짓말이 됐다. 괜찮아마을이라는 곳에 살면서도 자주 괜찮지 않은 나의 마음은 특히 퇴근 후에 아팠고, 그래서 ‘퇴근의 쓸모’를 기획했다.


원고를 연재하는 내내 ‘어떻게 하면 퇴근 후의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온갖 쓸모를 찾아댔다. 그 결과 밥, 라디오, 운동, 시트콤, 책, 친구, 노래, 편지 같은 것들이 원고에 담겼고, ‘퇴근의 쓸모'는 쉼 참고서, 쉼 전과, 쉼의 정석처럼 내가 쉼에 대한 감을 잃을 때마다 다시 들춰볼 수 있는 귀한 기록이 됐다.


포장지 없는 이야기가 취향이다 보니 아픔, 자괴, 치유를 있는 대로 투박하게 담았는데, 어떤 사람에게서 나쁜 피드백을 받은 뒤로는 너무 투박한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마음에 좋자고 시작한 일이 점점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이 됐다. 원고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이 어딘가에 닿긴 닿았는지, 포기하고 싶을 만하면 찾아오는 따뜻한 후기들 때문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날들도 분명 있었지만.


2020년은 투쟁이라면서 이 악물고 시작했던 게 기억난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잃고 싶지 않다고, 버텨보겠다고 온몸에 힘을 주고 버텼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버텨낸 날들도 있었지만, 그러다 힘이 빠져서 다 놓고 싶은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건강을 내다 버리기도 하면서 그래도 어떻게든 열심히, 열심히 병 환자답게 살았다. 열심히 병으로, 퇴근의 쓸모로,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사랑으로 한 해를 살아서, 부또황도 지키고 <여기 사람 있어요>도 지켰다. 휴~!


이 푸닥거리를 했는데 아직도 퇴근 후가 아픈가 하면, 애석하게도 그렇다. 내 위장이나 목처럼 '마음'도 앞으로 영영 관리가 필요한 친구가 돼버렸고, 나를 잘 돌보는 것은 앞으로도 영영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 악물지 않고, 어깨 힘 빼고, (그래도 정의의 주먹은 가끔 쥐고) 더 중요해 보이는 것들에 자꾸만 정신이 팔려 뒤로 미루곤 했던 '쉼'을 이제는 옆에 두고. 퇴근의 쓸모도, 2020년도, 웃으며 안녕. 하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동안 '퇴근의 쓸모'를 아껴주신 선생님들 모두 정말 감사했습니다.







* <여기 사람 있어요>가 더 궁금하다면?

https://emptypublic.com/we-are-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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