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02. <고백부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일

by 설원에서
20211026_094704.png 고백부부, 3회, 하병훈 연출, 권혜주 극본, 2017.10.20, KBS


이 장면은

술에 취한 마진주(장나라)가

최반도(손호준)에게

과거로 돌아오니 좋냐며

"그러면 우리 서진(박아린)이는"

이라고 묻는 장면이다.


마진주(장나라)는

엄마(김미경)가 살아있는 과거로 와서 좋으면서도

자신의 아이 서진(박아린)이를 생각하며

매일밤 운다.

반면

최반도(손호준)는

첫사랑을 찾아가고, 부모님께 판교투자를 제안하는 등

과거의 기억을 빠르게 잊었다.


결혼하고 2년 뒤 큰아이가 태어났었다.

큰아이 전에 유산이 되었던 터라

큰아이를 임신했을 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었다.

남편과 나는 사내커플이었는데,

내 담당이사가 "내가 ○과장(내 남편)한테 이야기해 볼까?" 하며

퇴사를 말렸었고

결국 퇴사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동안

외부촉탁직으로 집에서 일을 했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낮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아이가 잠든 밤에는 회사일을 했다.

어쩌다 회의가 있어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나갈 때면

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그땐 무음기능도 없어서 연락을 놓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확인했었다.


그 기간 동안 남편은

저녁때까지는 회사일을.

집안일이라고는 저녁 설거지를.

육아라고는 잠깐잠깐 아이와 놀아주는 거였고,

아이가 잠들거나 말거나 졸리면 잤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회식이 있던 남편은

휴대폰은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나 받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아내의 자리, 엄마의 자리에

나 자신의 자리를 뺏기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에 반해 남편은

남편의 자리, 아빠의 자리에

자신의 자리를 조금 나누어주는 느낌이었다.


아이에게 온신경이 가 있었고

일도 계속하고 싶어

그야말로 안간힘을 썼었다.

술 마실 땐 12시도 훌쩍 넘기는 남편이

하루 숙제처럼 저녁 설거지를 끝낸 뒤엔

아이가 칭얼거리거나 말거나 자버리면

정말 너무 미웠었다.


그런데 한 20년 지나고 보니,

함께 돈 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나,

내가 프리랜서로라도 15년 가까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거나

모두 감사한 일이었다.


최반도(손호준)도 그랬겠지만

남편 역시 가장의 무게가

육아에 대한 내 무게만큼은

되었겠지 싶다.

같은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사람에게

원망이 너무 길었구나

후회도 된다.


살아보니 알아지는 것.

지나 보니 깨닫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이 잘 쌓여

아름답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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