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03. <그냥 사랑하는 사이>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by 설원에서
20221216_100550.png 그냥 사랑하는 사이, 8회, 김진원 연출, 유보라 극본, 2018.01.02, JTBC


이 장면은

은행의 여신담당자 이인용(김진우)과

이강두(이준호)가 몸싸움을 벌인 현장이다.


은행의 여신담당자 이인용(김진우)은

에스쇼핑몰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이강두(이준호)도

그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강두의 아버지는 쇼핑몰 현장담당자였는데

자재를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인용(김진우)은 사고의 책임이

강두의 아버지에게 있다고 원망했던 것이다.


서주원(이기우)의 아버지는

에스쇼핑몰을 설계했고,

이 사고 이후 유가족들의 원망을 들었고

죄책감을 갖고 자살했다.


정유택(태인호)과 정유진(강한나)의 아버지는

에스쇼핑몰 건설사의 대표였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서주원(이기우)은 정유진(강한나)에게 말한다.

"매번 우리끼리 싸우니까 남일같아 보이나 보다.

처벌받지 않은 거지, 니들 잘못이 사라진 게 아니야."


사고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책임자들을 대신해서

욕하고 원망할 대상을 내세우곤 한다.

그래서 서주원(이기우)의 말대로 '우리'끼리 싸운다.


이 드라마에서는

에스쇼핑몰의 현장담당자와 설계자가

욕받이가 되었다.


윗선에서는 꽤 오래 써먹은 방법이고

여전히 자연스럽게 먹힌다.


버스파업으로 대중교통이 멈추거나

화물파업으로 휘발유가 동이 나거나

자동차나 조선소 파업으로 수출이 감소되거나

장애인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지연된다.

그러면 그 피해를 받는 시민들이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를 욕하지 않고

합의를 지키지 않는 기업을 욕하지 않고

파업하는 사람들을 욕하도록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고 그냥 둔다.

'우리'끼리 싸우게 하는 것이다.


이 대결구도로 판을 짜는 건

제일 쉽고 간단하다.

하지만 그래서 반복된다.


하문수(원진아)가 말했고

정유진(강한나)이 초대장에 썼듯이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시체팔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지겹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까지 악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유족들도 잊고 싶을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의 마음을 헤아릴 마음그릇이

부족한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그리고 그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보기 싫은 것도 보고

듣기 싫은 것도 듣게 해 주는

어둡지만 따뜻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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