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04. <넝쿨째 굴러온 당신>

유산(流産)의 기억

by 설원에서
20260201_204758_1.png 넝쿨째 굴러온 당신, 48회, 김형석 연출, 박지은 극본, 2012.08.05, KBS2


이 장면은

차윤희가 자궁기형으로 유산이 되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본인을 비롯해 남편과 가족 모두 슬퍼하는 에피소드가

2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나는 결혼한 지 2년 차 되었을 때

처음 임신을 했었는데,

7주 차에 계류유산이 된 것을 알았다.

그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젊은 의사는 온기라고는 하나 없이

아이의 심장은 뛰지 않으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차갑게 말했다.


그다음 해에 두 번째 임신을 했고,

큰아이를 낳았다.

15시간 넘는 진통을 하고

마지막에는 정신을 살짝 놓았었다.

그래서 흡입만출을 했다.


그리고 2년 뒤,

예정에 없이 세 번째 임신을 했다.

예정에 없던지라 조심하지 못해서

피부약도 먹고 감기로 주사도 맞았었지만,

4주 내에는 괜찮다는 의사 말에

불안하면서도 출산 준비를 했었다.

그런데 자궁경관무력증으로

18주 만에 사산을 했다.


그리고 2년 뒤 네 번째 임신을 했고

자궁경관봉합술, 양수검사, 조기진통 등으로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고

작은아이를 낳았다.




두 번의 유산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참 많이 아프다.


첫 번째 유산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겪었었다.

그때가 몇 월이었는지, 어떤 계절이었는지도

기억 안 나는데,

의사에게 통보를 받는 그 순간,

의사의 표정과 나와 그 의사의 거리와 각도 등은

너무나도 선명히 기억난다.


두 번째 유산 때

나는

계속 불안해했던 내 마음이

뱃속의 아이에게 전해진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아팠었다.

그리고

사산된 아가를 본 남편은

며칠을 끙끙 앓을 정도로 아파했었다.




50년 가까이 살면서

아프고 슬픈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비율을 따지자면야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더 많겠지만,

슬픈 일들은 왜인지 더 깊다.

그래서 내 기분이 우울해서 가라앉을 때마다

예전의 그 슬픈 일들과 만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은 그 무게가 가벼워지기를,

그래서 쌓이지 않고

언젠가는 날아가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아플 수만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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